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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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박질하는 아기천사」들에서 푸토들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패싸움을 하고 있다. 통통하고 작은 몸매의 아기들 싸움치곤 꽤 격렬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통 모를 판인데 자세히 보면 갈색 피부의 아가들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있다. 

갈색 피부 아가들은 날개가 없지만, 흰 피부의 그들은 작고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있어 여러 가지 추측을 낳는다. 흰 피부의 날개 달린 아가들을 신성함의 세계, 종교적인 세계를 대변한다고 보고, 갈색 피부의 아가들을 세속의 세계로 읽는다면 영과 속의 투쟁으로 볼 수 있다. (p.129) 

 

 

언제인가 다른 리뷰에서, 나는 예술에 대해 여전히 무지렁이이지만 늘 예술(혹은 예술사)을 탐한다고 적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나도 그 그림이 유명하다니까, 역사에는 언제나 예술품 약탈이 등장하니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초반 홀리듯 책을 하나 샀는데 그 책은 내게 예술을 빼고 역사나 인간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 책이 뭐였냐고? 마로니에북스의 「루브르와 오르세 명화산책」이었다. 맞다. 바로 오늘 소개할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의 저자, 김영숙 작가님의 책이었다. 「루브르와 오르세 명화산책」은 내게 명화의 숨겨진 세상을 열어준 책이었기에, 그 후에도 작가님의 책을 꽤 많이 찾아 읽었다. 이번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 역시 「1페이지 미술 365」, 「미술관에서 읽는 서양 미술사」 등 처럼 쉽고 매력적인 명화도슨트를 경험하게 하는 책이다.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은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 미술을 투어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책 자체를 하루 3~4개의 작품으로 분류해두었기에 그저 천천히 책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을 세밀히 감상함은 물론 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다. 또 그 7일을 무척이나 매력적인 테마로 나누어두었기에 어떤 페이지는 도록처럼, 어떤 페이지는 역사서처럼 느껴져서 한층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만약 이탈리아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 책은 이탈리아의 매력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줄 것이고, 미술이란 세계에 이제 눈을 뜬 이에게는 매혹적인 세상을 열어줄 것이다. 

 

세기의 걸작, 새로운 시대를 여는 거장, 명작으로 만나는 신화와 종교, 르네상스, 메디치가의 컬렉션 등의 주제를 바탕으로, 하루 수업은 3~4개가량의 작품과 그 작품의 배경이나 작가의 성향 등을 만날 수 있어 마치 그곳들을 직접 방문하기라도 한 듯 생생한 감상이 가능하게 도왔다. 또 '더 깊은 교양' 코너를 통해 모르고 지나칠 뻔한 예술의 이야기, 그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사실 그림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림만 감상하라고 하면 그 매력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그림을 바탕으로 역사, 문화, 철학, 신화, 종교 등을 아우르는 이야기책을 통해 그림의 심미적 측면에서부터 다른 방면을 만나는 게 이해가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어느 한 분야는 나와 통하는 뭔가가 있겠지, 하며. 

 

나에게 '교양 미술'이라는 영역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느끼게 해준 김영숙 작가님 덕분에 오늘도 나는 집에 앉아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당신이 미술에 대한 이론이 없어도 좋다.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은 그런 당신에게도 충분히 매혹적인 미술을 선물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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