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 김진명 장편소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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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걸었던 거였군.

처음부터 러시아의 신은 저기에 있었으니까. (P.407) 

 

 

 

 

김진명 소설은 스토리가 워낙 탄탄하기도 하지만, 예감이 적중하기 때문에 더욱 소름이 돋는다. “박경리, 조정래, 김진명 작가님이 한국문학은 살렸는지 몰라도 나의 성적은 죽였다”라는 농담을 할 만큼 책'만' 읽던 학생이었던 나는 사실 김진명 작가님이 '별에서 온 그대'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살아계셨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상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집필 30주년 기념작,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을 읽으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는 과거에서부터 살아오기만 한 게 아니라, 분명 시간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않고서야 이런 예리한 통찰이 가능할까.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소재로 하는 전쟁소설. 초반부터 전쟁의 분위기를 묘사한 부분이나 전쟁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어내야만 하는 국민의 모습에서 화가 치밀었다. 2023년에도 이런 참상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 책이 그저 상상 속의 이야기이기를, 현실고증이 아니기를 바랐다. 이 마음은 책의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점점 커지고 말았는데, 사람의 이기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자신의 계획과 달리 큰 성과가 없자 점점 광기로 자신을 내몰아가는 푸틴의 모습에서 김진명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이 전쟁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푸틴의 목적이 달성된다면 세계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전 세계인들은 깨달아야만 한다 생각했다. 그 누구도 자국의 이익이 아닌, 범세계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나 역시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함을 깨달았다. 푸틴의 핵 협박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2의, 제3의 핵전쟁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세계가 어둠 속에 가라앉게 될 것이라는 그의 우려에 나 역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가 전 세계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만큼은 '사르맛'처럼 강력히 전파되기를 바라게 되었다. 

 

언제나 그랬듯 그의 소설은 절대 짧지 않지만, 엄청난 몰입감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한순간도 독자를 느슨히 두지 않는다. 전쟁의 참혹함에 분노하게 하고, 날카로운 분석과 전략에 긴장하게 만들며, 악인의 광기에 진저리치게 만든다. 책을 덮은 후에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그의 소설들이 그랬던 것처럼,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역시 출간과 동시에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소재가 소재니만큼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출판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으로 받은 관심이 김진명 작가의 다른 소설에도 이어져,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잡고, 제대로 인식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직지심체요절도 찾아오고! 일본의 사과도 받고!) 그가 기록한 소설 속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오래도록 바라왔기에, 세계의 주목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또 한 번, 그의 소설이 '허구'로 끝날 수 있기를 바란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처럼 비참한 긴장감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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