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으로 있어줘
고니시 마사테루 지음, 김은모 옮김 / 망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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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런 작은 일로도 기뻐하기로 하자.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모두 정답이다. (p.312) 



사실 표지를 보고 의아했다. 추리 소설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따뜻한 느낌의 표지라고? 연애소설이 아니고 미스터리 맞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어도 읽어도 그 따뜻함이 사라지지 않더라. 참 신기하지 않나. 살인사건이 나오는데 온기가 있다니. 이 책은 분명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스토리지만, 그 안에서 가족애, 인간애 등 여러 색깔의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내가 만난 가장 따뜻한 추리 소설, 『명탐정으로 있어 줘』를 소개한다. 


나는 추리소설은 무척 좋아하지만, 사실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명탐정으로 있어 줘』는 일본 아마존 문예 영역 1위, 12개국에 판권 수출, 일본에서 8.5만 부 돌파 등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2023년 일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받았다고 하여 궁금한 마음이 들더라. 『명탐정으로 있어 줘』를 읽으며,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세도 없는 신인 작가의 책이 이토록 사랑받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란 뜻 아닐까.


 『명탐정으로 있어 줘』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손녀가 주인공이다. 손녀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 뱃속에서 칼을 맞고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 그래서 엄마는 태어남과 동시에 없었고, 아빠 역시 단명하여 그녀의 가족이라고는 할아버지가 전부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손녀는 둘 다 선생님이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각별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 할아버지에 치매 소식에 슬퍼하지만, 일부러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실마리를 찾게 하는 등 할아버지의 치매를 늦추기 위해 노력을 한다. (이 과정에서 손녀와 할아버지가 주고받는 대화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토킹을 당하던 손녀는 위기를 맞고, 할아버지는 추리력을 발휘해 범인을 찾는다. 놀라운 것은 범인을 찾은 후에도 이야기가 끝난 느낌이 아니라, 눈물도, 감동도 느끼게 하는 것. 분명 추리소설을 읽었는데 섬뜩한 느낌이 아니라 잔잔하고 평온하다. 


『명탐정으로 있어 줘』가 특별하게 느껴진 까닭, 첫 번째. 기괴하고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고 평온한 느낌이라는 것. 이 점이 『명탐정으로 있어 줘』의 가장 두드러지는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토리의 끝까지 잔잔한 온기가 있고 단순해서 오히려 미스터리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고, 내가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풀고자 집중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사건마다 반전요소가 가득했던 점. 마치 이야기 속의 이야기처럼 각 사건이 흥미롭게 이어져서 글씨가 작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겨운 느낌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의 긴밀성. 때때로 어떤 미스터리는 갑자기 지하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사건 끝!”을 외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각 인물의 유기성과 사건의 긴밀함이 잘 유지되어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여백이 꽤 많은 편인데도 글씨가 너무 작아 살짝 집중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만, 스토리가 탄탄해 책이 놓이지 않더라. 점점 밤이 길어지는 계절, 재미있는 책으로 가을을 맞아보는 것은 어떨까. 『명탐정으로 있어 줘』같이 재미있는 책이라면- 누구라도 책 읽는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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