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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식당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2
김신희 지음 / 북극곰 / 2023년 9월
평점 :

어릴 때 엄마가 내 마음을 다 아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신나는 일이 있을 때도, 친구랑 싸웠을 때도- 엄마는 기가 막히게 제 마음을 읽어내더라고요. 엄마가 되어보니, 그 능력은 '관심'에서 나오는 거였습니다. 아이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기분은 어땠을까 하는 관심. 언제나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지만, 때로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순간이 있어요.
바로, 밥을 줬을 때!
대체로 편식을 하지 않는 착한 딸이지만, 좋아하는 반찬이 나왔을 때는 함박웃음을, 싫어하는 반찬 앞에서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곤 하잖아요? 아마 다른 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에, 오늘 북극곰의 신간, 『마녀식당』을 소개해봅니다.
제7회 상상 만발 책 그림전 당선작인 『마녀식당』은, 일단 표지부터 아이들이 좋아할 귀신(!)들이 가득합니다. 호박부터 미라까지! 아이들이 싫어하는 대표 채소 파와 양파도 귀신이 되어 주방을 돌아다니는 익살스러운 표지에서부터 아이들의 시선을 끕니다. 그뿐인가요? 속표지 안의 마녀 코스요리는 아이들이 “징그러워”를 연발하면서도 깔깔 웃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그림체도 얼마나 귀여운지! 『마녀식당』은 어느 페이지 하나 웃음 포인트가 빠지지 않고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꽉 차 있답니다. 밥상에 앉은 아이는 오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반찬이 있는지 뱉고, 토하고, 기절도 합니다. 엄마 역시 머리에 불도 나고, 거품도 물고 파스스 타기도 합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익살스러운지 글씨를 한 줄도 읽지 않아도 아이는 깔깔 웃기 시작해요. 그러던 아이에게 낯선 초대장이 도착합니다. 마녀와 유령이 그려진 기괴한 초대장이죠. 깨알같이 맞춤법도 틀린 이 초대장을 따라가면 호박 농사를 가득 짓는 마녀의 식당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 정말 빅재미! 여기저기 숨은 거미, 유령 느낌 가득한 소품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나 몰라요. 우리 아이는 꼬마 이마에 거미가 뚝!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기겁하면서도 좋아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전체 페이지에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가 가득합니다. 지렁이에 기름칠도 하고, 눈 달린 채소를 썰기도 하고, 수프가 냄비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온갖 기괴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요리, 지독히(?) 한결같은 해독제에 아이도 엄마도 깔깔!
글씨를 하나도 읽지 못해도 이 책은 아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터. 우리 꼬마는 실제 텍스트를 읽지 않고도 한참이나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며, 대사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요리의 맛을 상상해보기도 하는 듯 이 책을 맛있게 즐겼답니다. 물론 본문을 읽으면서도 더 재미있어하기도 했고요.
『마녀식당』을 다 읽은 후에 먹은 밥이요? 말해 뭐해요. 엄마가 준 반찬들을 골고루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했죠. 평소에 편식이 심하지 않은 편이지만, 『마녀식당』을 읽은 후 더 모든 반찬을 야무지게 음미하려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귀여웠답니다.
편식을 고치는 것은 물론, 깨알 같은 디테일,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웃음까지 잡은 『마녀식당』!
기발한 상상력을 맛보실 수 있으니 꼭 주문(?)해보세요. (아직 배민에는 없답니다.)
아참! 『마녀식당』의 치명적 단점! 아이가 자꾸 요리에 참여하고 싶어 하고, 채소를 해독제라며 엄마 입에 넣어버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