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의 시 바람동시책 4
김개미 지음, 경자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또래의 엄마아빠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드라큘라는 사람의 피를 먹고, 어두운 곳에 사는 하얀 얼굴의 '괴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접하는 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드라큘라는 무서운 느낌보다는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런데 그 외로운 드라큘라가 아이라면? 

 

늘 기발한 상상력과 스토리로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김개미 작가의 신작, 『드라큘라의 시』에서는 그동안 '늙지않은 중장년층의 남자'였던 드라큘라 이미지를 '어린아이'로 바꾸며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드라큘라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김개미 작가의 전작이었던 「티나의 종이집」에서도 “너는 작은 신처럼 내가 있는 모든 곳에 있어”라는 말로 나를 울리더니, 『드라큘라의 시』역시 혼자일 때 느끼는 외로움, 강한 속마음에 가려진 여린 마음 등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공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또 아이가 『드라큘라의 시』를 감상하는 것을 보며, 또 한번 아이들은 선입견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잠시 덧붙이자면, 위에서 언급한 「티나의 종이집」은 바람동시책 1권이자, 김개미 작가의 전작으로 '귤향처럼 풋풋한 사랑과 우정'을 노래한다. 「티나의 종이집」이 아프리카 소녀 티나를 향한 진규의 설렘, 불편함, 망설임, 사랑 등을 고루 느낄 수 있어 감성적인 동시집이었다면, 천개의 바람 출판사의 신간인 『드라큘라의 시』는 모든 사람이 느낄 법한 외로움이나 깨달음 등 내면에 더 집중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와 『드라큘라의 시』를 읽으며, 자칫 가볍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외로움이나 두려움에 대해 대화할 수 있어 뜻깊었다. 

 

아이는 『드라큘라의 시』의 구성부터, 내용까지 모두 흥미로워했다. 일단 여러 동시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보였는데, '동시'는 짧아서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동화책처럼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놀라워함과 동시에 재미있어했다. '혼자보는 번개'를 읽으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흐린 날의 독백'을 읽으며 슬퍼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타인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고운 심성으로 자라고 있음에 감사했다. 

 

동시가 낯선 아이들도 『드라큘라의 시』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편의 시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점에서 동화처럼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드라큘라라는 소재에서 오는 신선함이 동시도 지겹지 않도록 맛깔스러운 양념이 되어주는 것. 더욱이 개성넘치는 일러스트와 색감은 아이들이 『드라큘라의 시』를 더 사랑하게 하는 요소! 동시와 함께 일러스트를 감상하다보니 아이는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드라큘라라는 소재에 선입견부터 가진 나와 달리, 있는 그대로 드라큘라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또 한번 순수한 마음과 선한 눈을 배우게 되었다. 아마 『드라큘라의 시』를 만나는 모든 가정에서는, 아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한편, 천개의 바람 출판사의 동시 시리즈인 '바람동시책'은 시를 품은 이야기이자 이야기가 있는 동시집으로, 동시를 한 편 한 편 읽으면 자연스레 큰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동시책이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시를 읽게 하고 싶지만, 시가 어렵다는 편견을 가졌다면 부디 바람동시책을 만나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다. 동화책을 읽듯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시의 함축성과 표현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좋은 시리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