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필사책 어린 왕자 -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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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들이, 우리가 언젠가는 우리 자신의 별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불을 밝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내 별을 봐. 바로 우리 위에 있어. (p.178)

 

네가 날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게 돼. 나에게 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고,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지. (p.202)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모르기 어려운 책, 『어린왕자』. 그만큼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기도 하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명을 얻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나만 해도 8종류의 『어린왕자』를 가지고 있고, 20번은 읽은 듯하다. 하지만 나의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어린 왕자는 바로 요즘, 딸과 함께 쓰고 있는 '나만의 필사책' 버전의 『어린왕자』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나의 『어린왕자』 필사는 처음이 아니다. 끝을 맺지 못한 것까지 합친다면 이번이 4번째다. 하지만 내가 처음 어린 왕자를 만날 즈음의 딸과 나누어 쓰는 『어린왕자』는 그동안 만난 그 어떤 시간보다 다정하고, 뜻깊다. 

 

사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가 『어린왕자』를 쓸 수 있을지 걱정했다. 얇지만 분량이 적은 편도 아니고 어휘도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왕자가 전하는 빛나는 문장들을 꼭 한 번은 만나보길 바라기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어린왕자』 '나만의 필사책'을 시작했다. 아이는 본문 텍스트가 짧은 페이지와 그림을, 나는 긴 페이지를 전담하기로 했다. 아이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양들을 따라 그리며 어린왕자의 마음이 되어보기도 하고, 서툰 글씨로 『어린왕자』를 옮겨적으며 “참 예쁜 말이 많다!”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필사는 책을 눈으로 한번, 손으로 한번 읽다 보니 매우 깊게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 외에도 마음에 안정을 주고 집중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기에 꾸준히 이어온 취미인데, 이것을 아이와 해보니 새로운 장점들이 많이 보였다. 먼저, 글씨를 쓰는 아이의 얼굴과 눈, 손을 자주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잘 쓰고 있나 불안함에- 나중에는 그 모습이 예뻐서 아이를 자꾸 바라보게 되더라. 꽃도 고운 눈으로 바라보면 곱게 자란다는 말처럼, 나의 눈길이 닿을 때마다 아이의 자세와 글씨는 점점 예뻐졌다. 두 번째,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훨씬 뜻깊어졌다. 원래도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지만, 나의 취미를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취미가 아이의 취미가 되어간다는 것이 너무 멋지고 뜻깊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아이와 느리게 읽는 어린왕자의 묘미, 서로의 글씨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어간다는 기쁨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의미가 되었다. 아직 『어린왕자』가 한참 남긴 했지만, 이 책을 다 쓰고 난 다음에도 아이와의 필사를 계속 이어가리라 생각할 만큼 행복한 시간이다. 

 

 

전에 당 출판사의 다른 필사책을 쓰면서도 한 말이지만, 마음시선의 필사책은 완전히 펼쳐지는 형태로 편집되어 어떤 페이지를 쓰더라도 방해받지 않는다. 그래서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편안하게 쓸 수 있고, 왼쪽에는 본문을 오른쪽에는 필사 칸을 배치하여 필사를 처음 하는 어린아이들도 편안하게 읽고 쓸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필사를 즐기시는 분이 만든 책이다) 또 종이의 질이 무척 좋다. 수많은 필사책을 써봤지만, 만년필, 마카, 플러스펜 등 그 어떤 펜으로 써도 뒷면에 배겨 나오거나 번지지 않아 무척 좋았다. 학생들이 필사할 때도 마음시선의 필사책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우개로 여러 번 지워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주니, 필사를 처음 해본 사람도 완성도 높은 한 권을 만들 수 있으니 성취 면에서도 좋을 듯하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이 필사를 많이 한다고 한다. 실제 내가 아는 초등고학년 어린이도 마음시선의 『어린왕자』를 필사 중이라고. 필사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고 문해력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특히 좋은 활동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혹시 아이가 집중력이 약하고 산만한 편이라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필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책을, 글씨를, 함께 있는 시간을 더욱 빛나게 만들 멋진 시간을 선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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