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고장 난 사람들 - 불면증부터 기면병까지, 신경과학으로 본 수면의 비밀
가이 레시자이너 지음, 김성훈 옮김 / 시공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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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수면박탈의 대상이 됐다고 상상해보자. 1분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어 미칠 것이다. 생각과 시야 사이가 흐리멍덩해지고 엄청난 피로감 때문에 팔다리도 엄청나게 쑤실 테다. 그런데 여기서 당신을 고문하는 존재는 잠을 깨우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당신의 뇌다. 불면증 말이다. (p.399) 

 

나는 잠이 없는 편이기도 하지만,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편이기도 하다. 잠을 자면서도 진동 소리, 아이가 부스럭대는 느낌까지 다 느낀다. 종종 제대로 자지 못해 꺼칠한 얼굴로 새벽에 책을 읽고 있으면 푹~자고 나온 남편이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럴 수밖에. 머리만 대면 맛있게 자는 사람 입장에선 내가 이해될 리가! 반대로 나는 잠이 깰 만큼 시끄럽게 코를 골고 쿨쿨 자는 남편을 발로 차본 적도 있다. (그래도 안 깨더라) 그런데 대부분의 가정에서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상황을 이야기하곤 한다. 결국, 흡족한 수면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래서 『잠이 고장 난 사람들』은 제목부터 고맙더라. '고장' 난 것은 고칠 수 있으니 불치의 병이 아니라는 것 아닌가. 비록 이 책에서는 잠이 잘 오게 하는 묘책을 만날 수는 없지만, 수면무호흡, 잠꼬대 등 비교적 친숙한 수면장애부터, 입면 환각, 수면 관련 섭식장애, 클라인-레빈 증후군 등 낯선 수면 질환까지를 고루 만나볼 수 있다. 또 잠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진짜 수면'이 무엇인지도 만나볼 수 있다. 

 

『잠이 고장 난 사람들』은 신경의학자인가 수면장애 센터 전문이의 책으로 어떤 면에서는 의학서적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치료에세이같기도 하다. 그에게 병원 혹은 자신의 집에서까지 진료를 받은 이들의 기록이다 보니 그들의 생활이나 수면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 그것의 의학적 견해, 환자들이 만나게 된 변화 등을 모두 접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솔직히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유익하다. 즉,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통해 내가 '양질의 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올바른 '잠'에 대한 개념을 얻을 수도 있게 되기 때문. 

 

사실 나 역시 『잠이 고장 난 사람들』을 읽기 전에는, 아닌 줄 알면서도 '몇 시간 잤다'에 신경을 썼다. 내 몸이 피곤한 여러 이유 중 굳이 '조금 잔 것'을 끄집어내 탓하곤 했던 것.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처럼 나도 “깨고 나서 개운한 기분을 느끼며, 낮에 쌩쌩하게 활동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잠자리에 들어 쉽게 잠드는 수면(p.428)” 정도가 적절한 시간이라고 고쳐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의 나는 정해진 시간에 자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잠이 오면' 자려고 했기에 내가 나의 잠을 더 나쁘게 만들어왔다는 것을 자각하기도 했다. 

 

사실 나보다 심각한 상태를 겪는 타인의 사례에서 안도감을 얻는 일은 나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실제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에 비하면 나의 수면은 그리 많이 고장 난 상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더 빨리 고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함께. '잘 자'라는 흔한 인사가 계속 흔한 인사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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