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믿는다 - 흔들리는 내 손을 잡아 줄 진짜 이야기
이지은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모든 선택이 나와 타인에게 유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오로지 오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p.180)

 

 

사실 '대부분'의 에세이는 재미있다. 당연하지 않은가. 타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일, 누군가의 싸움을 구경하는 일, 남의 이야기를 듣는 일. 다 너무 재미있는 것들이지 않나. 그 '이야기'들이 글로 모이면 에세이가 되는데 재미가 있을 수밖에. 그런데 어떤 에세이는 그냥 재미있고, 어떤 에세이는 나도 이렇게 살아가야지, 하는 응원이 된다. 『나는 나를 믿는다』는 완전한 후자였다. 

 

『나는 나를 믿는다』를 읽고 싶었던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나는 나를 믿는다』는 말이, 나는 당신을 믿는다는 말보다 그럴 듯하다고 말하면 '너 T야?' 하겠지만,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는 완전 대문자 F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타인이 아무리 나를 믿어도 그 믿음은 힘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스스로 단단히 다진 '힘'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녀의 이야기에서 나의 이야기를, 그녀의 힘에서 나의 힘을, 그녀의 꿈에서 나의 꿈을 보았다. 그렇게 며칠간 나는 이 책을 반복해서 읽었다. 짤막한 글이지만, 그 안의 시간은 절대 짧지 않았음이, 생각들은 얕지 않았음이, 문장 기호하나 쉬이 쓰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내가 가장 마음이 닿았던 것은 '다른 달팽이들은 신경 쓰지 말고'였다. 다른 달팽이들이 어떻게,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는 신경 쓰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로 원하는 방향을 향해 가라는 말을 읽으며 오늘도 잠시 내보았던 조바심을, 내 방식대로 쌓아온 나의 시간들을 떠올려보게 되더라. 나는 무엇하나 빼어난 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지만, 느리지만 꾸준히 걸어온 나의 시간들을 내가 더 사랑해주자 생각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생각이 많았다. 지금의 내가, 나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해보면 나의 오늘에 집중하게 된다는 말을 읽으며 순간순간을 더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에게 핑계 대기보다는 '하려고 했던 거'를 부지런히 하며 행복해야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가진 것도 없어서 겁이 없고 나이를 먹으면 가진 것이 많아서 겁도 많아진다고. 『나는 나를 믿는다』를 읽고 나니 이런 마음이 든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가진 것은 많지 않으니, 얼마 가지지 못한 것을 지키려 겁내지 말고 겁 없이 살아보자고. 내가 나를 믿는다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작가님은 '어른'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어린 친구가 자기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어른스럽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적어도 살에 대한 책임이 어른의 정의 가운데 하나인 것만은 확실하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P.165)”

 

당신은 바라던 어른이 되었는가?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나는 나를 믿는다』는 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여러번 묻는 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대답을 얻기 위해 조금 더 의미 있게 살아보고자 노력하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