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 그림책봄 26
다비드 칼리 지음,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바람숲아이 옮김 / 봄개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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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 액체 괴물이 신나게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는 한 애니메이션을 볼 때 일이다. 우리 아이가 텔레비전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무척 흥겨워할 줄 알았는데 아이는 매우 뜻밖의 말을 했다. “저 아빠뱀파이어는 슬퍼 보여. 외로워 보여”. 딸을 인간과 결혼시키고 귀여운 빨간 머리 손자까지 만났지만, 점점 외로워지는 뱀파이어를 보며 어쩌면 진짜 뱀파이어의 시작은 외로움이 아니었을지를 생각해 보았었다. 

 

봄개울의 신간,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를 읽으며 '역시 외로움에 만들어진 존재였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게 한 깊고 진한 그림책,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를 소개한다. 

 

아!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는 무척이나 팔색조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마음 편히 읽을 때는 뱀파이어라는 매력적인 소재, 소녀와 뱀파이어의 우정을 중점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고, 오목조목 뜯어 읽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니 아이의 나이에 따라, 성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시면 좋겠다. 

 

먼저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의 일러스트는 감상 거리가 다양하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일러스트가 꽉 차게 들어있기 때문에, 각각을 살피는 재미가 뛰어나다. 대부분 페이지가 꽤 정밀히 표현되었기에 배경 곳곳에서도 다양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낮과 밤의 풍경을 비교하거나 뱀파이어 씨 집 안팎의 물건들을 관찰하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여자아이'를 만난 후 미세하게 밝아진 밤과 집안 분위기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듯. 모든 페이지가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야금야금 꺼내먹는 재미가 뛰어나니 절대 빠르게 읽지 말 것.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는 글밥이 살짝 많은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 대화체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대화체이다 보니 아이와 번갈아 읽어도 좋을 듯. 우리 집에서도 아이는 여자아이를, 나는 뱀파이어를 함께 읽으며 책을 제대로 즐겼다. 

 

처음에는 꽤 묵직하게 느껴지던 내용이 뱀파이어가 길을 잃으며 분위기 전환을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모르는 뱀파이어와 그런 뱀파이어를 도와주는 한 여자아이의 우정은 점점 깊어진다. 뱀파이어라는 말에도 선입견을 품지 않는 아이의 모습은 뱀파이어 할아버지의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새도 다시 노래를 부르고, 할아버지 뱀파이어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결국, 여자아이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뱀파이어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 내밀어준 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본다. 

 

일러스트는 일러스트대로, 내용은 내용대로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았던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 우리 아이의 따뜻한 마음도 더불어 느낄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의 뒤편에는 뱀파이어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그 이후 아이와 뱀파이어가 “한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하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마치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처럼 읽혀서 마음이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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