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골디락스 지음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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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부모도, 셋이나 되는 자식들도 자신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아빠에게는 종교도 없다. 하느님도 없고 부처님도 없다.

둘째 딸처럼 글을 쓰지도 않는다. 다만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술기운에 잠이 들고 내일 아침 일어나면 또 말이 없어질 것이다. 

 

분노가 지나간 자리, 의문도 지나간 자리에는 

안쓰러운 마음만 남는다. (p.90)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에서 가장 나를 찡하게 만들었던 구절이다. 

 

사실 이 책은 읽고 수일이 흘렀다. 보통의 경우는 책을 읽고 하루 이틀 내에 감상문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이 책은 감히 내가 이 책을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며칠 미뤄두었더랬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가정에 태어나 충분한 사랑을 받고, 의좋은 형제들과 지금까지도 우애를 다지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런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한 것일까 싶어서. 사실 한 편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이 정도에 이렇게 화가 나나? 부모님이 이런다고 전화번호를 지우나?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을 만날 때마다 그저 가만히 표지를 바라보다 며칠이 지났다. 지금이 리뷰는 사실 정리된 생각이 아닌, 남기고 싶은 말 위주로 '마구' 쓰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이 책은 나에게 늘 미완으로 남아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의 이 리뷰는 날 것이고, 솔직하다. 

 

그럼에도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으로 늘 아팠던 사람, 사람을 잘 믿지 못했던 사람의 '지나온 터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녀가 이 글을 기록했다는 것은 이겨냈다는 것일 테니. 어쩌면 살기 위해 남겼을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싶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의 띠지에는 '어른 금쪽이들을 위한 회복의 기록'이라고 적혀있는데, 금쪽이라는 단어는 아니든 어른이든 편치 않은 감정을 주지만, 그럼에도 '회복의 기록'이라는 말에 무척 공감이 든다. 이 책은 가족, 특히 부모와의 애착 형성에 실패한 이들의 마음을 도닥여줄 것이다. 가족과의 관계가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쉬이 읽히는 책이다. 

 

'이제는 사랑을 먼저 주는 것이 사랑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충분한 공감과 사랑 속에 자라며 나도 아이의 투정을 여유롭게 받아줄 수 있음이, 아이에게 온전히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음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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