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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츠나구 1 - 산 자와 죽은 자 단 한 번의 해후 ㅣ 사자 츠나구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평점 :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방금 들은 미소노의 죽음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때와 비슷했다.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나 내려야 할 역에 도착했는데도 주머니에서 찾을 수 없던 승차권처럼, 없으면 난감하겠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아직 찾아보지 않은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더 이상 찾을 장소가 없어 같은 장소를 몇 번이나 둘러본 후에야 더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소노의 죽음은 그런 느낌이었다. (p.134)
만약 당신이 이미 세상에 없는 단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누굴 만나고 싶은가?
또 반대로 당신이 세상에 없게 되었을 때- 살아있는 누군가를 딱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그 대상은 누구인가?
모르긴 몰라도 그 대상은 무척 다양하겠지만, 한가지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
사실 『사자 츠나구』를 받아들었을 때 기대가 전혀 없었다. 내가 위에 던진 말처럼,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어쩌면 『사자 츠나구』가 그토록 많은 인기를 누린 까닭은 그렇게 모두의 예상을 엎었기 때문이 아닐까? 잔잔한 반전과 판타지, 미스터리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소설, 『사자 츠나구』를 소개한다.
『사자 츠나구』를 만나는 조건은 무척 깐깐하다. 후에 생각해보니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싶어진다. 『사자 츠나구』를 통해 만날 수 있는 평생에 단 한 번, 단 한 명이다. 반대로 내가 망자가 되었을 때도 단 한 번, 단 한 명만 만날 수 있다. 즉 일생에 딱 두 번, 그것도 내가 원하는 상대가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아야만 가능하고, 만나지 않았더라도 망자가 원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이토록 깐깐한 조건에서야 겨우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나. 그리워 미칠 것 같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나는 당연히 『사자 츠나구』의 내용이 진부한 사랑 이야기 혹은 눈물 빼려고 작정한 부모·자식의 이별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래서 『사자 츠나구』를 읽는 내내 굳이 이 사람을? 왜? 하며 의아해하다가, 잔잔하지만 훅 들어오는 반전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소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사람에 대해,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어쩌면 『사자 츠나구』는 단순히 인간의 삶과 죽음이 아니라, 그 너머 인간의 진짜 모습을 그리는 책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