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백석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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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p.95) 

 

 

돌아보면 부끄럽지만, 나는 학창시절 내내 시를 쓰던 사람이었다. 단어 하나에 그 어떤 문학보다 깊은 뜻이 담기는 것이, 우리가 알던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아무래도 시를 쓰다 보니 시를 많이 읽었고, 수많은 시인의 시를 읽어왔는데 그 시절 매번 실패한 시인이 '백석'이었다. 남들은 그렇게 좋다는데, 시인의 시인이라는데 나는 그의 언어를 감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 스타북스의 『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가 아니었다면 나는 백석을 다시 만날 엄두를 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문장 자체가 나에게 어려운 것인지, 내가 그를 '남들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인 탓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시간이 흐르다 보니 점점 못 읽는 책이 되었달까. 

 

『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그가 왜 천재인지를 영영 모른 채 살았을 것 아닌가! 『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는 어쩌면 내가 지금의 나이가 되어 읽어 더 깊이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또 출판사에서 그의 시를 꽤 입체적으로 나누어 구성한 점도 그의 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든 것도 있고. 

 

어쩌면 부담과 불편함이 가득했던 『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이기에, 이 책은 가장 '혹독한 독자'를 만난 셈인지도 모르겠다. 자, 가장 혹독한 독자의 평을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백석의 시를 가장 완벽하게, 가장 아름답게 만나게 한 책이었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페이지 편집도, 시기별로 나누어진 구성도, 깔끔하면서도 충분히 담긴 주석도 그의 시를 읽는 완벽한 호흡을 만들어냈다. 이해하기 위해 수없이 읽었던 그의 문장들이 이제야 제대로 읽히는 것은 책 덕분인가,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가 알 수 없지만 『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는 내가 온전히 백석을 즐기게 만든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백석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를 읽었기에 이제 나도 그의 천재성을 알 것 같다고, 왜 다들 그를 천재라 부르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로소 나는 그의 침묵에, 윤동주가 필사까지 하며 사랑한 그의 시에, 김자야와의 사랑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나에게는 체증같이 남아있던 '백석' 시인이 비로소 보석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준 책, 『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다른 그 누구보다 나에게 깊고 짙은 책으로 다가왔던 이 책이 너무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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