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친구 작은 발견 1
길상효 지음 / 씨드북(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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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부디, 온 가족이 함께 읽으시길.) 

 

 

감자와 돌멩이가 친구가 될 수 있나요? 감자와 병아리가 친구가 될 수 있나요? 

 

아마 대부분 어른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할 테고, 이유를 물으면 “아 뭐, 그냥” 정도의 대답만 하실 겁니다. 길상효작가님의 『감자친구』에서도 감자가 내민 손길에 수많은 이들은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기만 하죠. 너는 생물이고 나는 무생물이라서, 너는 식물이고 나는 동물이라서, 너는 채소고 나는 과일이라서, 너는 뿌리채소고 나는 열매채소라서, 너는 뚱뚱한 줄기로 나는 뚱뚱한 뿌리라서. 하다못해 감자조차 “너는 훌륭한 씨감자”라고 선을 긋죠. 물론 감자의 그 말 한마디는 우리의 주인공 감자에 훌륭한 자극이 되어, 결과적으로 수많은 친구를 만들게 되지만 말입니다. 

 

사실 처음 『감자친구』를 읽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와 제가 전혀 다른 감상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그저 순수히 감자가 친구를 찾아다니는 것으로만 느꼈는데, 저는 혹시 나도 아이에게 그런 편견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지는 않았는지 고민이 들었거든요.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제한과 편견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설명을 들은 뒤 『감자친구』를 다시 읽으니, 정말 감자가 자신과 닮은 꼴을 찾아 여행하고, 결국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행복한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나 혼자 이 책을 읽을 때와 아이와 같이 이 책을 읽을 때의 마음이 너무 달라 놀랍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때 또 한 번, 그림책의 엄청난 깊이를 느꼈습니다. 그림책만큼 읽는 사람의 마음을 반영하는 책이 또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작가님께서 『감자친구』를 통해 하고 싶으셨던 이야기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아이의 시선이 더 적합한 것 같은 게 책의 뒷 페이지에는 감자의 친구가 될 수 없던 수많은 분류들과 씨감자와 씨고구마까지도 자세히 설명해주셨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은, 뒷 표지 적힌 “감자가 친구를 만나는 놀라운 방법”이란 말 때문입니다. 감자가 자신을 씨감자 삼아 친구가 되는 게 '놀라운' 일이라는 것은, 놀랍지 않은 평범한 방법도 있는 것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 단순한 그림체의 책은 많은 생각을 안겨줍니다. 이 단순한 문장의 그림책은 묵직한 책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문득 생각해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는 생물이고 나는 무생물인 것이, 너는 식물이고 나는 동물인 것이, 너는 채소고 나는 과일인 것이, 너는 뿌리채소고 나는 열매채소인 것이, 너는 뚱뚱한 줄기로 나는 뚱뚱한 뿌리인 것이 언제부터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로 바뀌는지. 처음 아이가 어린이집에가서 더듬더듬 친구를 사귀어왔을 때는 그 누구라도 괜찮았는데, 언제부터 괜찮지 않아진 것인지. 

 

때로는 내가, 또 우리아이가 씨감자가 되어 더 많은 사랑과 우정을 만들어도 되지 않나, 생각해보는 밤입니다. 

 

그래서 길상효 작가님의 『감자친구』는 더 많은 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단순한 그림책에서 엄마는, 아빠는,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서로가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씨감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나를 위해 씨감자가 되어준 이들의 고마움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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