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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달걀의 비밀 - 2024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도서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1
하이진 지음 / 북극곰 / 2023년 7월
평점 :

다른 도서의 리뷰에 “동물복지도서”들을 여러 권 읽고 있다는 내용을 썼던 듯하다. 오늘은 동물복지의 정점을 찍게 한 책이자, 이 빗속에 잘 먹지도 않는 달걀을 찾아 삼만리를 찍게 한 주인공! 『4번 달걀의 비밀』을 소개한다.
『4번 달걀의 비밀』은 표지만 보면 “닭 버전 납량 특선” 같다. 깜짝 놀란 알록달록한 닭들이 웃기기도 하고 그물에 갇힌 까만 닭이 무섭기도 하다. 우리 집은 모든 그림책을 그림 먼저 감상하기에 우리 아이는 “복날이라고 치킨 너무 많이 먹어서 닭 귀신 이야기인가?” 하기도 했고, 좁은 곳에서 싸우는 세 마리 닭을 보며 “복잡한 지하철인가?” 하며 이 책을 시작했다. 보통의 경우는 일러스트만으로도 내용을 상상할 수 있는데, 아이는 글씨를 읽기 전까지 전혀 내용을 유추하지 못했다. 글까지 읽고 난 후 아이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우리 집 달걀은 몇 번이냐 묻더라. 공교롭게도 우리 냉장고에도 4번 달걀이 있었고 (한국은 96%가 4번 달걀이라고 한다) 아이는 다소 충격받은 얼굴로 “엄마도 4번 달걀을 살 줄이야….”라며 달걀 중단선언을 했다.
결국, 이 비를 뚫고 동물복지 달걀을 찾아 삼만리를 하게 한 『4번 달걀의 비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동네에서 1번 달걀은 찾을 수가 없었고, 우리가 왜 동물복지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북극곰의 그림책은 대체로 웃라인과 찡라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실 『4번 달걀의 비밀』은 '핑 라인'이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나는, 안타까운 현실이 느껴지기 때문. 물론 어린이들도 받아들이기 쉽도록 익살넘치는 일러스트와 과장된 표정으로 한결 완화되긴 했지만, 의미를 찬찬히 읽어보면 조금 슬프다. 눈물이 핑 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까닭은, 제대로 된 개념들을 알려주고자 한다면 어린 나이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이 굳어져 버린 후에는 좋은 책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어릴 때부터 바른 개념, 올바른 생각을 심어주는 책들을 많이 읽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번 달걀의 비밀』을 시작으로 동물복지, 더불어 사는 사회 등에 관한 책들을 읽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는 북극곰에서 제공해주신 독후활동지의 “4번 달걀이 더이상 나오지 않게 실천하는 법”에 대해 오래 고민을 했다. '4번 달걀을 사지 않는다'와 '동물복지에 대해 알아본다.'를 써놓고 3번 칸은 비워둔 채 이틀이 지났다. 오늘에서야 마지못해 '우리가 직접 키운다.'를 쓰면서 3번 답은 실천하지 못할 것 같아 적고 싶지 않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너무 슬퍼하더라. 어쩌면 어른들이 해야 할 고민을 아이가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며, 아이들이 4번 달걀을 고민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더 많이 생각하고 실천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