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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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혼잣말에도 상대가 있습니다. 혼잣말의 상대는 바로 나입니다. 내가 말하고 내가 듣는 것입니다. 내가 질문하고 내가 답하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내가 말하고 내가 듣는 것을 우리는 '생각'이라고 합니다. 무언가를 생각할 때 자신의 상태를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우리는 무언가를 생각할 때 계속 무슨 말을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냥 말없이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말하면서 동시에 듣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말하고 내가 듣는 것, 이것이 바로 '생각'입니다. 언어가 곧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어 없이는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p.186) 

 

 

한때는 나도 철학을 고리타분하고 실용성 없는 학문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읽게 된 철학책 한 권이 마음을 둥둥 울렸고, 그제야 철학은 우리의 삶 대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학문임을 깨달았다. 그 후 나는 마음이 복잡하고 생각이 필요할 때마다 철학책을 찾게 되는 것 같다.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에세이』는 출간 소식에 무척이나 반가웠다. 회사에 대한 번뇌가 클 무렵 작가의 유튜브를 들었고, (결국, 마음에 평정은 못 찾고 사표를 쓰게 되기는 했지만)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고자 하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할 때 도움을 주었던 채널이었기 때문.

 

오랜만에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에세이』를 통해 만난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나에게 생각과 깨달음을 준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깨달음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임을 또 느끼게 하며. 만약 오늘도 무의미한 하루를 보냈다면, 그래서 잠자리에 누워 그것이 후회된다면(무의미했지만 후회가 들지 않는 사람은 패스하셔도 좋다.)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에세이』를 읽어보시기를 권해본다. 나에 대해, 또 세상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얻을 테니 말이다.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에세이』는 몇 가지 주제로 여러 철학가의 사상과 작가의 풀이를 잘 버무려놓은 책이다. 삶, 나, 우리, 세계, 그리고 그 너머 등 다섯 가지의 큰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사상가와 소설, 애니메이션, 영화, 종교나 예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정말 내가 표현했지만, '잘 버무려놓았다.'라는 말이 찰떡같다. 싱싱한 채소와 맛있는 양념을 잘 버무린 겉절이처럼, 각각의 매력을 고루 느끼고 맛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 무의식에 관한 책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더욱 관심이 생겼던 부분을 '셔터 아일랜드'를 예로 이야기를 풀어준 것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여러 사건과 기억, 우리의 무의식에 의한 망각과 조작 등을 '불편한 진실'과 '편안한 거짓'으로 표현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작가는 참 글을 재미있게, 말을 재치있게 잘 풀어낸단 생각이 들더라. 사실 많은 이들이 부담스럽고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는 철학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우리가 자주 찾아보는 감상평 같은 느낌으로 술술 풀어내다니! 정말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에세이』을 통해서라면 우리 일상에 철학을 하나 들여놓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의 '일상'은 오늘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일상이라고 부를 테고.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특별히 즐거운 날, 특별히 슬픈 날은 존재하기 마련. 또 늘 걷던 길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거나, 시답잖은 수다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순간의 깨달음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작가의 말처럼, 일상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을 찾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에세이』는 정말 평범하고 당연했던 우리 일상의 생각들을 비범하게, 특별하게 바꾸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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