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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나무 ㅣ 풀빛 그림 아이
석양정 지음, 조영지 그림 / 풀빛 / 2023년 6월
평점 :

슬픈 이야기지만 나는 조부모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막둥인 탓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친할머니, 친할아버지는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사람이었기 때문. 다행히 좋은 부모 밑에 자라 충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그래도 내게는 막연히 조부모의 사랑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는 양쪽 조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 중이다. 특히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3일만 안 만나도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 그런 아이와 같이 읽고 싶은 마음에 『할머니 나무』를 준비했다. 그런데 나 역시 『할머니 나무』를 읽으며 이런 게 할머니에 대한 사랑인가, 하는 생각을 막연히 배우게 된다.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라면, 『할머니 나무』는 찡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만약 할머니를 떠나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욱 눈물 버튼이 될 듯.
『할머니 나무』의 표지는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자개장 모양이다. 마치 장롱을 열듯 책장을 열고 들어가면 털실에 주렁주렁 매달린 추억들이 줄지어 나온다. 먼저 『할머니 나무』의 일러스트를 살펴보자면, 정말 자개장처럼 오색의 빛을 느낄 수 있어 “와! 아름답다”하는 탄성이 먼저 나온다. 털실의 오묘한 색도, 할머니의 털실을 따라가다 만날 수 있는 풍경도 너무 아름다워 내내 탄성이 터져 나온다. 특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 페이지는 '할머니의 봄'. 우리는 우리보다 어른들의 젊은 시절을 모르기에 그 시절을 쉬이 상상할 수도 없는데, 우리네 할머니에게도 아기였던 시절이, 젊은 시절이 있지 않았겠는가. 그런 생각에 닿으면 이내 '할머니'의 시간들이 문득 궁금해질 듯하다. 우리 아이 역시 할머니가 아기였을 때, 초등학생이었을 때 어떤 모습이었을지 보고 싶다며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이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할머니 주변에 털실 나비들이 춤을 추는 장면. 분명 평면의 그림인데도 나비들이 날갯짓하는 것처럼 생동감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자아낸다.
『할머니 나무』의 내용은 무척이나 찡하다. 일러스트가 아름다운 작품 같았다면 내용은 슬픈 편지 같다. 할머니의 털실을 따라 이어지는 스토리도, 그 털실로 이어지는 가족들도, 그리고 순환하는 계절도 마치 우리네 인생사 전체를 보듯 이어지니 온 마음이 찡해진다. 아이들이 삶 전체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그리움에 대해, 가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최근 조부모님을 떠나보낸 아이들이 있다면, 분명 언어로 슬픔을 다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슴 깊이 슬픔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책들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품은 이들에게는 더욱 뜨겁고, 그런 사랑을 잘 모르는 나같은 이들에게도 찡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