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 - 춤을 만나고 인생을 배웠다
팝핀현준 지음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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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돈이 없어 느껴야 하는 아쉬움과 후회는 없다. 대신 또 다른 아이디어가 넘쳐나 미처 보여주지 못한 것 때문에 생겨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아쉬움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난다.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언제나 내 무제는 지금보다 더 멋질 것이다. (p.67)

 

 

솔직히 말해 팝핀현준이 꽤 유명한 사람이긴 하나, 나는 이분에 대한 사전지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유명한 국악인과 결혼한 것도 이 책을 읽는 중 엄마가 “국악인이랑 결혼한 춤추는 사람이네”라고 할 때에야 알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제목이 너무 미칠 것 같이 멋졌다.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라니. 

 

무엇인가에 심취해본 사람은 안다. 세상이 온통 그것과 관련한 것으로 보이는 가슴 뛰는 시간을. 나 역시 한 가지에 오래 매진한 사람이었기에,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의 제목만으로도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읽게 된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는 나를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감사하게도 나는 팝핀현준의 사인본 도서를 선물 받았는데, 꾹꾹 눌러진 획과 물 흐르듯 흐른 선이 절묘하게 섞인 사인이 마치 춤추는 모습 같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사인처럼 그의 문장에도 리듬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호흡이 길지 않은 간결한 문장에, 기승전결이 분명한 전개까지. 모르긴 몰라도 그는 춤꾼이 되지 않았더라면 이야기꾼이 되었을 것 같다. 

 

앞쪽에는 그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어떻게 춤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재능을 키우고 이주노를 만나게 되었는지 등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 마음 편하게 읽었다. 사실 중반까지 읽을 때는 그가 완전 노력형의 사람이라는 것 말고는 나를 놀라게 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문장력도 좋고 흡입력도 좋지만, 한방은 없는 책이라는 생각을 할 뻔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며 몇몇 구절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더라.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를 읽으며 나처럼 한방을 찾는다면! 진짜 매력은 후반에서 쏟아지니 부디 앞에서 책을 덮지 마시라.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를 읽으며 공감한 문장이 꽤 되었는데, 상단에 인용한 문장도 그랬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봄이 중요하다고, 깨닫고 나면 현실이 달라진다는 말도 그랬다. 무대 위의 화려한 삶을 사는 이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더 어렵지 않나. 자신의 부족함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만큼 발전의 가능성을 여는 일도 없고,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알아채는 것만큼 날개를 펴는 일도 없다. 그는 멈추지 않는 노력과 정확한 눈으로 자신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사람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고, 들린다. 그런데 힘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 호흡까지 완벽하게(p.297”. 나는 “꿈”이라는 의미를 알 무렵부터 지금까지 딱 하나의 꿈만 꾼 사람이다. 30년간 같은 꿈을 꾸며 힘이 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으나, '나는 재능이 없구나'라는 생각은 수십 번은 한 것 같다. 그런데 그가 쓴 저 문장을 읽는 순간, 재능이고 뭐고 저런 느낌을 진짜 한번은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 세상 모든 것이 내가 꾸는 꿈에 초점을 두고 선명하게 보이고 들리는 기분이 무엇인지 꼭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그가 말한다. “어차피 우린 늘 전쟁 중이니, 현재의 결과네 너무 낙담할 필요 없다. (p.299)”고. 

 

책을 덮은 후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는데, 비로소 그가 뒤표지에 적어놓은 말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도 했으니,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그 덕분에 나도, 또 한 번 용기를 내본다. 또 꿈꾸고, 또 일어서본다. 나의 내일은 언제나 더 나은 날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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