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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저 바깥세상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기 위해 굳이 열렬한 자연 애호가이거나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또 정신을 차리고 사고의 전환에 나설 때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전문가의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지난 수십 년간 풍요의 세례를 받지 못한 지역의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벗어나려는 소비 지향적 생활방식에 매력을 느끼는 현상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
여기 한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인간의 불행은-그 원인이 탐욕이든 과소비이든 또는 중독이든-늘 '풍요로운 삶'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가온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 모든 걸 즉시 소유해야 한다.'는 기대가 거짓임을 폭로하고 진정한 향기로운 삶은 절제에서 비롯됨을 깨닫는 것이다. (p.239~240 발췌)
아이고, 책을 읽고 나서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줄이야! 유달리 잘 지키는 편은 아니지만 나도 가능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텀블러를 사용하며, 일회용품도 씻어서 다시 사용한다. 아이와 산책을 하며 동네의 쓰레기를 줍고, 철저히 분리수거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지구를 더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을 읽고 난 지금,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은 친환경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 그야말로 나는 '셀프 라이선징'에 빠져 그저 텀블러 좀 쓴다고, 부지런히 걸어 다닌다고, 쓰레기 좀 줍는다고 지구를 지키고 산다고 생각해왔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은 환경을 위한다는 말은 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환경, 또 나같은 환경운동의 껍데기만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주는 책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신랄한 비판으로 혼쭐내는 책은 아니다. 유쾌한 문체와 촘촘한 지식을 잘 버무려 진짜 '녹색 쾌락주의자'가 되도록 도와준다.
제목에 등장한 텀블러부터 에코백이나 옷 등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접하는 '일상용품'에서부터 휴대폰, 냉장고, 에어프라이어 등의 '생활가전', 비행기나 자동차 등의 이제는 없는 세상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 과학발전의 결과물까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당연하다 생각해온 것들의 당연하지 않음, 우리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저지르는 환경오염 등을 어찌나 꼼꼼히 짚어주는지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을 읽는 내내 반성의 마음이 들게 했다. 지금껏 내가 품어온 '환경 양심'이 사실은 허점투성이였음을 깨닫는 부끄러움이란.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에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제시한다. 더불어 작은 생각의 전환으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들, 뭔가를 '더'하기보다는 '덜'하여 지구를 지키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뻔하게 느껴질 절약이 사실은 우리의 돈뿐 아니라 지구까지 지킬 수 있음을 또 한 번 깨달으며, 보다 '고상한 지구 지키기'를 위해 '덜'하고, '덜' 쓰겠다는 다짐을 했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을 읽으며 꼭 무엇인가 전문적 지식, 행동하는 노력을 가져야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안다면 최소한의 행동으로도 지구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니 부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나처럼 부끄러워하고, 깨닫고, 느끼면 좋겠다. 분명 우리는 그 깨달음을 또 잊어버리게 되겠지만, 그래도 또 다시 노력하고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부디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우리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이를 무시한 모든 행동은 '아프레 무아 르 델루지', 즉 내가 죽은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알 바 없다는 식의 태도나 다름없다. ( p.175)”는 작가의 말을 꼭 한 번 곱씹어보시길. 그리고 행동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