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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제비 ㅣ 노란상상 그림책 100
구윤미.김민우 지음 / 노란상상 / 2023년 6월
평점 :

룰루랄라 강남 갔던 제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제비는 보통 좋은 소식을 물고 오는 '길한 동물'이 된다. 흥부에게 집과 재물을 물어다 준 것도 제비인 만큼 아이들에게도 제비는 익숙한 동물이다. 『여름, 제비』를 처음 만났을 때 반가움이 든 것도 그런 감정의 일환이겠지.
『여름, 제비』는 일러스트나 스토리 모두 감상할 거리가 가득하다. 또 페이지마다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아 꼭 한번 만나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먼저 『여름, 제비』의 일러스트. 표지에서부터 내용이 흐르면서 어느 페이지 하나 세밀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세밀하게 표현된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재미도 뛰어나지만, 보물찾기하듯 전체 페이지를 살피는 맛이 뛰어나다. 우리 집은 그림책을 읽을 때 글씨를 읽기 전에 꼭 그림을 먼저 보는 편인데, 이 책은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그만큼 일러스트 사이사이에 숨은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한옥의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귀여운 아이의 표정 변화를 감상해보기도 하고, 아이의 물건들로 이야기를 만들어보기도 하며 무척 다채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 아이처럼 오동통 귀여운 아이와 제비의 사투(?)를 보며 우리 아이는 “제비가 좀 예의가 없네. 머리에 똥을 싸다니”라고 말해 온 가족이 깔깔 웃기고 했다.
『여름, 제비』의 내용을 읽으면 책에 대한 감상이 또 달라진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이야기 나눌 포인트도 참 많았다. 소녀가 제비를 대하는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제비를 관찰하는 소녀의 시선이 흐르는 순서, 제비와의 에피소드 사이에 느낄 감정 등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며 아이의 관찰력이 무척 성장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 누군가를 도의야 하는 순간에 대한 아이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기도 했다. “엄마가 느린 친구도 필요로 할 때 도와주는 거라며. 얘도 제비가 도와달라고 짹짹하면 도와주러 갔어야 해”라는 말을 들으며 진정한 배려와 선의를 이해하고 있음에 감동을 하기도 했다.
일러스트도 내용도 너무 좋지만, 『여름, 제비』의 가장 강력한 한방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느낄 수 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놀 거리도 비교적 풍족한 요즘의 아이들이 과연 제비에게 받을 '좋은 소식'이 무엇일까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엄마'였던 것. 괜히 코가 빨개지고 마음이 시큰해지는 것은 어른의 눈이기 때문일까. 트렁크에 가득 무엇인가를 싣고 온 엄마의 사랑 때문일까.
섬세한 일러스트, 굵직한 한방을 담은 스토리, 풍성한 대화거리까지. 우리의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놓아준 멋진 책이었다. 이제 정말 『여름, 제비』가 찾아올 계절. 여름을 맞이하며 이 책을 한 번쯤 만나보시길 강력 추천해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