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어의 세계 - 이야기와 뉘앙스로 배우는
고이즈미 마키오 지음, 곽범신 옮김 / 로그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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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moonlight into a person.

무슨 뜻일까? moonlight는 아시다시피 달빛, 로맨틱한 느낌을 주는 단어다. 그러나 이 로맨틱한 단어가 들어간 저 문장은 전혀 달콤하지 않다. 사람이 총에 맞아 달빛이 통과하는 무시무시한 장면을 뜻하는 말이다. 만약 『이야기와 뉘앙스로 배우는 관용어의 세계』를 읽지 않고 저 문장을 만났더라면 무슨 말일지 몰라 고민이 들었을 듯하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 고등학생일 때, 영어 선생님은 귀를 터주시겠다며 일주일에 한 번 전원을 뒤에 세워둔 후, 영화를 화면과 자막 없이 틀어주고 무슨 내용인지 맞추면 자리에 앉게 하는 수업을 하셨다. 나는 원래도 순도 100의 문과 체질인지라 언어를 좋아했지만, 그 시간 덕분에 영어를 더 좋아하게 되고 조금 더 잘 듣게 되었단 것은 부정할 길이 없다. 온전히 귀로만 영어를 만나며 영어에도 숨은 뜻과 뉘앙스가 다양하게 내포됨을 느꼈으니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로그인 출판사의 『이야기와 뉘앙스로 배우는 관용어의 세계』를 읽으며 또 한 번, 언어의 아름다움을, 언어의 깊은 매력을 가득 느꼈다. 

 

『이야기와 뉘앙스로 배우는 관용어의 세계』는 영어표현에 숨어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주는 책이다. 하루 한 장 학습하듯 읽어도 좋겠고, 나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듯 연결하여 읽어도 아주 좋다. 영어 표현이 지닌 다채로움을 가득 품고 있어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영어를 공부한다니 보다는 즐기고 느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 만약 당신이 영어공부에 좀 지쳤다면, 혹은 한동안 손을 놓았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나는 기분으로 이 책을 펼쳐보기 바란다. 분명 영어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인생이나 업무, 인체나 지명 등을 표현하는 말부터 재치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말까지 무척이나 다양한 관용어를 만날 수 있기에 『이야기와 뉘앙스로 배우는 관용어의 세계』는 지겨움을 느낄 틈이 없다. 나는 우리나라의 관용어들을 떠올리며 읽다 보니 어느새 남은 페이지가 없어 아쉬움이 들기까지 했다. 

 

관용어를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뭐 굳이 관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닐 테니.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관용어 덕분에 언어는 더 실감 나고 더 재미있어지며, 화자가 한결 센스 있게 느껴지게 된다. 더욱이 세상은 혼자 살지 않기 때문에 내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타인의 관용어를 알아듣지 못하면 머리 위로 까마귀가 날아다니는 어색한 상황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늘 우리나라 언어의 아름다움을 찬양해왔던 나는 『이야기와 뉘앙스로 배우는 관용어의 세계』를 통해 영어에도 이런 멋진 표현들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또 생활상이나 인생관, 역사나 지혜까지 배울 수 있었기에 잘 차려진 맛 난 도시락을 먹는 기분이 들더라. 

 

『이야기와 뉘앙스로 배우는 관용어의 세계』를 통해 영어문장에 숨은 이야기나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영어와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영어 없이 살 수 없는 세상. 이왕이면 조금 더 재치있고 풍성한 영어를 구사하도록 돕는 너무 흥미로운 책, 『이야기와 뉘앙스로 배우는 관용어의 세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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