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술친구 - 2020 어린이 인권 도서 선정 튼튼한 나무 32
김흥식 지음, 고정순 그림 / 씨드북(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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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작가님과 고정순 작가님의 책을 여러 권째 읽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한 명이라도 더 읽고 소문을 내면 아동폭력이나 가정폭력이 좀 줄어들 수 있을까 하여. 다행히도 나는 화목한 가정에 태어나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우리 아이도 평온한 가정에서 성장 중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엄마가 되어보니 내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모든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이 결국 우리아이의 생활이 더욱 평온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든 아이가 잘 자라야 세상이 평온하다. 그러니 부디 세상의 많은 부모가 내 아이를 사랑한다면, 주변의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지시면 좋겠다. 진짜 어른이 되어주시면 좋겠다. 

 

『아빠의 술친구』는 앞서 소개했던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나 「무인도에서 보내요」와는 달리 제목부터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일러스트를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핑 돌았다.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을 보며 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은 첫 장부터 나를 울렸다. 회색 위에 마구 그려진 손과 발. 그저 손과 발에 그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주먹질과 발길질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무거움. 눈물이 고여 글씨를 전혀 읽을 수 없음에도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은 어두운 세상의 아픔을 천천히 읊어주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 책도 아이에게는 보여줄 수 없을 것 같다. 

 

조금 진정을 한 후 다시 펼쳐 『아빠의 술친구』를 읽는데 김흥식 작가님의 문장들에 또 한 번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일러스트를 볼 때와는 다른 감정이 들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김흥식 작가님의 문장은 슬프지만 담담했고, 아프지만 나아진 미래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 무서운 아빠의 술친구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결국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에게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아빠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은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다. 이런 김흥식 작가님의 의도대로 일러스트도 전체적으로 어두운 빛이지만, 감정이 섬세히 묘사되었고, 이겨낸 아이의 모습만 푸른 빛으로 표현되어 그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주셨다. 

 

『아빠의 술친구』는 사회의 어두운 면, 그리고 그 어두움 속에서도 담담히 자라는 희망을 모두 품은 이야기다. 그래서 더욱 현실감을 느낄 수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동폭력과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모두 이렇게 당당히 일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당당히 이겨냈다고 해도, 그 아이들의 가슴에 상처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 아래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이런 책을 읽고 생각하고 주변에 눈을 돌려주셨으면 좋겠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말처럼, 우리 아이뿐 아이라 마을의 모든 아이가 잘 클 수 있도록 말이다. 

 

리뷰라고 기록했지만, 사실, 이 글은 나의 다짐이자 염원이다. 나의 아이만 소중히 대하지 않겠다는, 다른 아이들 모두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좋은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또 나처럼 느끼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염원이다. 나는 미약하여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바위를 뚫는 물방울처럼, 미약한 존재들 여럿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 

 

“나는 아빠와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이불 속에서 다짐하는 아이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세상 모두가 그 속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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