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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 30대 도시 부부의 전원생활 이야기
김진경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5월
평점 :

번거로워도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현관은 집과 밖을 구분 짓는 완충 지역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있었던 힘든 일은 현관에서 털어내고, 집에서 걸리는 일들도 현관을 나서는 순간 되도록 잊어버리려고 한다. 걱정을 장소 불문하고 끌고 다니면 쌓이기만 할 뿐 실제로 해결되지 않는다. 더불어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 짧은 외출일지라도 건강히 잘 다녀와, 별일 없이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같은 의미도 있다. (p.161)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에세이를 즐기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읽고 싶은 책이 워낙 많아서 우열에 밀린다는 것이 맞겠다. 그런데도 이 책은 읽고 싶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잘살고 있습니다』라니! 이렇게 배 아픈 말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평생을 아파트에서 살아온 애라서 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다. 신도시에 사는 터라, 예쁜 주택이 가득한 동네다 보니 그 로망은 늘 꺼지지 않고 주택 앓이를 하는 것.
그래서 『마당 있는 집에서 잘살고 있습니다』를 읽는 내 마음은 살짝 '모방' 본능이었다. 나도 이 책보고 좋으면 주택으로 이사하여야지, 하는. 물론 『마당 있는 집에서 잘살고 있습니다』 안에는 주택 살이 꽃 노래만 들어있지는 않는다. 땅을 고르고 대지를 다지고, 뭐를 고르고, 저걸 하고- 나는 한반도 상상해보지 못한 과정이 잔뜩 들어있다. 그럼에도 주택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글에 묻어나는 그녀의 편안함이, 일상의 안정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택 살 이에서 오는 불편함은, 행복이 채워주는 것 같은 느낌이 가득 들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잘살고 있습니다』을 읽다 보면 전원주택에 대한 이해가 좀 생긴다. 사실 그저 예쁜 마당을 가진 집에서 산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당장 배만이 사라진다면, 편의점이 사라진다면, 이웃과 거리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등의 걱정을 해보기도 했고, 서재를 가지는, 또 텃밭의 싱그러움, 나 혼자 즐기는 햇빛의 아름다움 등은 너무 부럽기도 했다.
집안 곳곳의 사진에도 눈길을 하나하나 맞추게 되었는데, 사진마다 애정과 감정이 묻어나는 기분이었다. 남의 사진이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동하는 사진을 아는가. 마치 아이나 어린 동물의 사진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사진들이 참 많았다. 서투르게 만들어진 눈사람도, 까치도 온도가 느껴져 한참이나 바라보게 되더라.
주택 살의 A to Z를 다 담은 상세한 에세이, 『마당 있는 집에서 잘살고 있습니다』라는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다. 특히 음식에 대한 철학(어떤 면에서는 남편은 안 찌고 나만 찌는 억울함의 토로)을 읽으면서는 피식 웃음이 났다. 뭐든 다 먹어야 하는 남자랑 사는 입 짧은 여자인 나는 남편의 마음이 너무 이해돼서 더 웃기기도 했다.
책을 덮고 나서, '잘' 살고 있다는 말을 오롯이 이해했다. 물론 처음부터 'well'로 씌웠겠지만, 너무나 평온하고 잘 지내는 삶이 느껴져서 온 마음이 좋더라. 'rich' 하게 사는 것을 '잘'사는 줄 알고 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진짜 잘 사는 것은 하루를 오롯이 즐기고, 행복을 찾으며 사는 것이 아닐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