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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웃으며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0
이유진 지음 / 북극곰 / 2023년 5월
평점 :

워킹맘이었다보니 우리 아이는 할마, 할빠와 함께 컸다. 아이가 온화하고 느긋한 성정은 아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우리아이의 좋은 습관은 8할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나와 지내는 요즘도 아이의 '집밥'은 여전히 할머니 밥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아이의 집밥은 평생 할머니 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유쾌함이 가득한 북극곰의 신간 『오늘은 웃으며』를 읽는데 마음이 찡했다. 이토록 유쾌하고 신나는 그림책을 읽는데 나는 왜 주책맞게 눈물이 도나. 아무래도 먼 훗날에는 아플 수도 있고 기억을 밭에 심을 수도 있겠다는 말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깊이 감정이입을 했다.
그런데 『오늘은 웃으며』를 읽으며 감정이입을 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일러스트만을 감상할 때는 멋진 추억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아이는, 책을 다 읽고 나서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할머니가 “여보세요”를 채 끝내기도 전에 “할머니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를 와다다 말해버린다. 서둘러 전화를 끊더니 울어버리기까지 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며 할머니와의 추억, 먼 미래의 이별까지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웃으며』는 신기한 책이다. 분명 일러스트도 유쾌함이; 가득하고 내용도 무겁지 않은데, 가슴이 찡해진다. 오늘을 더 사랑하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들기도 한다. 마음에 간직하고 사는 추억 버튼을 누르는 느낌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책을 만나는 많은 이들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감사함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오늘은 웃으며』는 제7회 상상 만발 그림책 당선작이다. 일러스트를 먼저 살펴보자면 사람보다 농작물이나 밥공기 등이 더 큰데, 아이의 눈에는 이것이 무척 재미있게 느껴지나 보다. 한 알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옥수수와 3일은 먹어야 할 것 같은 공깃밥을 보며 아이는 깔깔 웃었다. 또 귀여운 댕기 머리에서 삽살개 같은 단발머리가 된 모습이나 수많은 배추 사이의 할머니 모습에서도 아이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이 표현에 의하면 『오늘은 웃으며』는 '그림이 너무 웃긴 책'이다.
그림이 웃긴 책 『오늘은 웃으며』의 내용은 두 가지 느낌을 준다. 감정을 싣지 않고 담담히 읽으면 짤막한 문장과 간략한 표현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생각하며 읽으면 가슴이 찡해진다. 문장이 짧아서 아이들도 더 이해하기 쉽고,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웃으며』를 읽은 후 아이와 그림일기를 그렸다. 한참을 고민하던 아이는 할머니와 떠났던 여행에 대해 그림을 그렸다. “엄마 이때 호텔에서 할머니가 내 머리 로션으로 감아준 거 알아?”서 하며 깔깔 웃기도 하고 “나 때문에 안 매운 식당 고르려고 땀이 뻘뻘 났어” 하며 그때를 하나하나 회상했다.
『오늘은 웃으며』는 그런 책이다. 우리의 일상을 더욱 아름답게 추억하게 하는 책, 오늘을 더욱 가치 있게 살게 하는 책. 문득 오늘도 웃으며 살아야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