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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 - 지나온 삶에 짓눌려 왔던 모든 여성을 위한 마음 수업
박성만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심리학에는 페르소나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페르소나는 그리스어로 “가면”을 뜻하며, 사회가 그에게 부여한 직책을 말합니다. (...) 자아는 페르소나를 통해 외적 세계와 만남으로써 사회에 적응합니다. 한 사람이 가진 다양한 페르소나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고,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 페르소나가 곧 그 사람의 인격은 아닙니다. (p.65)
나는 딱 한 번,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몸도 마음도 아팠던 시절, 병원 진료를 받고 나와 차 키를 찾다가 무심코 올려다본 건물에 “심리상담. 심리치료”라는 말이 적혀있었고 무엇에 이끌리듯 올라갔다. 보통 예약 없이는 상담을 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 그날은 상담이 없었는지 직원들끼리 티타임을 하고 계셨고 나에게도 차를 한잔 내주셨다. 가볍게 호응하며 내 이야기를 듣던 중년의 선생님은 “돈 욕심으로는 더 상담받으러 오라고 말해야 하는데, 좀 쉬고 햇빛도 좀 쐬고, 하고 싶은 걸 좀 하면 다 나아질 것 같아요.”라고 하시더라. 참 웃기게도 잘 들어주기만 하셨는데, 그날 나는 오랜만에 노래를 따라부르며 집으로 왔다.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는 내내 참 좋아하는 지인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 그들도 자신을 위해 많이 울고, 미워도 해보고, 사랑도 해보면 좋겠다고, 지금도 참 괜찮은 이들이지만, 마음도 더 괜찮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라는 심리치료사 박성만 작가의 책으로 크게는 '나', '자식', '남편', '전환기', '자유' 등으로 나누어 여러 명의 고민과 상담내용을 담고 있다. 여러 명의 사례를 천천히 읽으며 나도 느꼈던 고민이나 갈등에 고민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실제 상담을 하듯 느긋하고 평온한 문체 덕분에 내용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어떤 상담내용에서는 마치 내가 상담을 받듯 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공감하고 생각한 부분은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는 첫 번째 장인 “지금은 익숙한 나에게서 벗어날 때”와 “자유를 찾은 이들의 이야기”였다. 나 역시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 자신보다는 타인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았기 때문. 몸이 아프며 내려놓고 난 후 돌아보니 나는 나의 행복을 가장 아래의 기준으로 두고 있더라.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쥐고 있던 것들을 돌아보기도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정작 자신의 행복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과거의 우리나라는 여성이 사회적 제약이나 규범에 더 많은 족쇄를 가진 경우가 많았기에, 해소되지 못한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분들이 모두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처럼 자신의 감정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신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 상담의 아래 칸에 등장하는 “내 삶에 적용하는 Q&A”를 통해 내 마음을 점검해볼 수도 있었고, 심리학 이론을 쉽게 풀어주기도 하셔서, 더욱 풍성한 읽기를 만들어주었다. 작가님의 이야기 중에서도 공감과 감동을 주신 문장이 꽤 많았는데, “기대를 내려놓을수록 행복해진다(P.244)”라는 말이 마음을 둥둥 울렸다.
50살가량이 여성들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내가 채 공감하지 못할 부분을 종종 만나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내용이 큰 위안이 되었고 힘이 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많이 울고, 미워하고 화내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야 다시 꿈꾸고 사랑하며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