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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쥐 마가와 ㅣ 초등 읽기대장
홍종의 지음, 하민석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5월
평점 :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말이야. 냄새는 코로 맡는 냄새가 있고, 마음으로 맡는 냄새가 있더라. 너는 지금 마음으로 냄새를 맡기 위해 잠시 코가 멈춘 거야.
마가와는 듣기 싫었어. 토미 아저씨는 바보가 되어버린 자신을 위로하려는 듯했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말이야. 세상에 마음으로 맡는 냄새가 어딨어. (p.69)
쥐. 지구상에서 현존하는 생명 중에서 제일 미움받는 순위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적어도 나의 다섯 손가락 안에는 쥐가 들어갈 것 같다. 그래서 한솔수북의 신간 『영웅 쥐 마가와』를 보는 순간 첫 마음이, 왜 하필이면 쥐야~였던 것을 인정한다. (미안해 마가와) 그런데 『영웅 쥐 마가와』를 읽다 보니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진다. 맙소사. 나는 왜 선입견에 쌓여 다른 존재가 가진 장점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이 책은 아이에게 감동을 줄 뿐 아니라 엄마에게는 감동과 반성을 동시에 준 책이다.
『영웅 쥐 마가와』는 실화 기반의 동화다. 실제 주인공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덩치 큰 쥐, 아프리카도깨비쥐이고 냄새 맡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동물로 캄보디아에서 71개의 지뢰와 38개의 불발탄을 찾아 수천 명의 목숨을 구하고, 안전하고 넓은 땅을 만든 영웅이라고 한다. '용맹한 동물상'을 수상하기도 한 도깨비쥐에 작가의 상상력을 입혀 감동과 교훈을 주는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또 편견을 깨게 도와주기도 하고.
최근 읽은 「초록말벼리」부터 「똥바가지」 등 동화 읽기의 재미를 붙여주신 홍종의 작가님의 책이다 보니 『영웅 쥐 마가와』 역시 아이가 재미있게 읽어줄 것을 예상은 했다. 그런데 웬걸! 분량이 꽤 많은데도 한자리에서 엉덩이 한 번 안 때고 책을 읽더라.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야 뛰어서 화장실에 가며 “엄마, 이 책은 추천도서 칸에 꽂아야 해!”라고 소리를 치더라. (우리 아이는 자기 혼자 사용하는 '찹쌀도서관'-서재-을 공공 도서관처럼 운영하는데, 20권 정도의 추천도서를 운영 중이다.)
그만큼 『영웅 쥐 마가와』는 이야기 자체가 탄탄하기도 하고,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생동감이 더해지기 때문에 어린아이들도 몰입할 수 있다. 어른이 읽기에도 유치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오히려 편견으로 세상을 보는 내 눈을 반성하기도 했다.
『영웅 쥐 마가와』를 한층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일러스트. 일단 무슨 쥐를 이렇게 귀엽게 그려주신 거야! 원래도 다양한 작품을 멋지게 만드신 작가님인 것은 알았지만, 쥐들의 표정, 감정의 변화 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책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었다.
아이와 『영웅 쥐 마가와』를 읽고 난 후, 동물들이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한 사례, 직업을 가진 동물들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영웅'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이 놀랍고, 감사했다. 또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지혜롭게 이겨내는 단단한 마음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아이도 절망을 만났을 때 의연하고 단단하게 이겨내게 해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세상은 원래 묵묵히 일하는 99%와 그것을 자랑하는 1%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오늘도 그 99%에게 박수와 감사를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