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 자기증명과 인정욕구로부터 벗어나는 10가지 심리학 기술
마이클 투히그.클라리사 옹 지음, 이진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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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좀 그만해”

그럴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면 참 편할 것이다. (...) 좀처럼 떼어낼 수 없는 이 끈적거리는 생각들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떼어내려 해봐야 소용없는 일일뿐더러 오히려 더 들러붙는다. 그런데도 계속 떼어내려 애쓴다. 당신이 이처럼 반응하는 이유는 그 생각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대체로 생존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들이니까. (p.51~53)

 

 

솔직히 이 책,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제목을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났다. 뭐야 누가 나 지켜보고 있나? 요즘은 많이 내려놓아 덜하지만, 한때의 나는 주변 사람들이 다 걱정을 한마디씩 할 만큼 뭐든 잘하려고 애쓰는 사람이었다. 일도 잘해야 하고, 애도 잘 키우고 싶고, 살림도 잘하고 싶고, 책도 더 많이, 잘 읽고 싶고. 그 결과? 나는 여러 군데가 아팠고 결론적으로 백수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 웃긴 게 막상 일을 그만뒀더니, 그렇게 잘하고 싶던 육아도 살림도 정말 내 능력 밖의 일이더라. 그래서 나는 그냥 아이랑 같이 책이나 읽고, 엄마 반찬을 얻어먹고 (혹은 사 먹고) 햇빛이나 쐬러 다니는 한량이 되기로 했다. 그랬더니 나는 거짓말처럼 행복해졌다. 

 

혹시 지금 자신이 제일 못난 것 같거나 너무 지쳐서 아무런 힘도 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이 책,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을 만나보시면 좋겠다. 세상에 정답은 없지만, 이 책은 숨차게 살아낸다고 해서 완벽해지지 않음을, 오히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도 마음만 바꾸면 완벽하게 행복해짐을 느끼게 된다..

 

심리학 교수와 불안장애 센터 연구원이 쓴 책이라 딱딱하고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과는 술술 읽히는 내용이 가득했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장에서 완벽주의는 늘 지는 게임이라고 독자들을 깨고(?) 시작한다. 나의 경우는 그래서 책이 더욱 술술 읽히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지는 게임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지는 것도 (=완벽하지 못한 것도) 덜 억울할 기분이랄까. 두려움을 다루는 법, 불편한 감정을 관리하는 법,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법 등 당장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비법들이 줄줄 이어졌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의 순서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 게, '선택'이 가장 뒤에 배치된 점이었다. 마치, 자 이제 어쩔래? 아직도 불안해하고 힘들어할래? 라고 물어주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나를 위한 선택, 조금 더 내 마음에 닿는 선택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중 '완벽하지 않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내용이 한 줄 한 줄 공감 가득해서 다이어리에 촘촘히 옮겨적었다. 느낌은 어차피 크기로 나타낼 수도 없고 타인이 내 느낌을 평가할 자격도 없기에 그저 내가 유효한지 하지 않은지를 선택하라는 말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또 '자기친절의 쓸모'를 읽으면서는 유달리 스스로 냉정한 우리나라의 정서가 떠올라 많은 이들이 이런 내용을 알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한숨 쉬는 것도 습관이라는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불안함도 느끼다 보니 사소한 것까지 다 불안해졌었고, 어느 날 불안하던 것들을 다 내려놓고 나니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오히려 내 어깨가 가여워졌다. 그래서 그 마음대로 되지 않던 말을 내가 당신들께 하기로 했다.

 

“걱정 좀 그만해” 그러나 한마디 더. “당신은 지금 이대로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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