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을 볼 때
릴리 베일리 지음, 천미나 옮김 / 한빛에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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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빠는 알까? 엄마는 오늘 진단 결과를 아빠한테 알리려나? 직접 물어보려다가 계속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아빠가 다 알면서도 아무 연락이 없는 거라면, 견딜 자신이 없었다. 

엄마가 반짝이는 탁자 위로 손을 뻗으며 내 손을 잡았다. “엄마가 미안해, 베니”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담실에서보다 훨씬 작은 목소리였다. 마치 긴 터널 끝에 숨어있는 사람처럼 작고도 멀게만 들렸다. “엄마가 전부 다 미안해” (p.170)

 

 

사람은 누구에게나 집착하는 포인트가 있다. 나같은 경우는 책에 절대 낙서를 하거나 모퉁이조차 구기지 않는다. 독서를 할 때 꼭 손을 씻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독서를 한다. 책을 섬기는(?) 나는 미친 사람일까, 아니다. 그저 살짝 심하게 소중히 하는 것일 뿐, 다른 누구에게라도 각자의 포인트들이 하나씩 있을 테다. 그것이 조금 더 심한 이들에게 우리는 “강박증”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한빛에듀의 신간 소설, 『파란색을 볼 때』는 강박증을 앓는 벤의 이야기다. 4분 동안 이를 닦고, 4번 씻고, 가방을 네 번 싸는 등 숫자 4에 강박을 보이며, 변화를 싫어하고 불안이 높은 아이. 

 

청소년들 대상으로 쓰인 소설임에도 『파란색을 볼 때』를 읽는 내내 강박이나 불안에 대해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강박이나 불안은 왜 시작되며,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는지- 또 강박이나 불안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 하는 생각에서부터 그것들을 잘 조절하여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등의 생각이 오갔다. 그만큼 『파란색을 볼 때』는 감정의 변화나 심리상태를 매우 자세히 다루어 어른에게도 공감을 자아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10대는 자신만의 불안을 품고 산다.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일 때로 강박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그래서 『파란색을 볼 때』가 많은 학생에게 읽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벤처럼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다면, 언젠가 에이프릴같은 존재가 나타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반대로 누군가에게 에이프릴같은 존재가 되어주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부모도 마찬가지다. 만약 아이가 벤처럼 감정의 소용돌이안에 있다면,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부모가 아닌, 믿어주고 손 내밀어주는 존재가 되어주기 위해서라도 부모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로부터 “난 아빠가 필요했어요. 난 아빠가 필요했다고요!”(p.358)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되지 않나. 

 

사람이 살아가며, 마음을 터놓을 친구 하나만 있어도 행운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리고 그 행운은, 세상이 각박할수록 얻기도 힘들고 더 귀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파란색을 볼 때』를 읽으며 누군가의 선한 말 한마디가,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새삼 느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참 슬프다. 다시는 벤이 파란색에서 적막을 느끼지 않기를. 또 삶을 살며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는 없지만, 세사의 모든 벤 들이 천천히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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