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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침묵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96
바루 지음, 기지개 옮김 / 북극곰 / 2023년 4월
평점 :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거인의 침묵』이라는 책은 다소 눈물이 날 수도 있는 책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울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기에 많은 분이 이 책을 읽고, 환경에 대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거인의 침묵』 표지에는 건물보다 키가 큰 나무가 등장한다. 주황색의 띠지를 열어보고 표지만으로도 '설마'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내용을 읽으니 역시나 하는 마음과 함께 아이의 감상을 온전히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띠지를 다시 씌워서 아이와 읽었더랬다.
역시 나처럼 글씨 위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감상을 했다. 직관적인 그림책 덕분에 우리 아이는 거의 완벽하게 이야기를 상상해냈다. 그렇다고 책을 감상하는 시간이 짧았냐? 아니다. 일러스트에 어찌나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던지 그런 그림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한참 시간을 쏟았다. 창문 하나, 문하나 놓치지 않고 빼곡히 사람이나 동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표정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동네의 '오늘'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었고, 계절별로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었다. 『거인의 침묵』은 일러스트만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나 슬펐지만, 어느 페이지 하나 허투루 표현된 것이 없이 일러스트만으로도 충분한 감상을 주는 책이랄까.
나무의 나래이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나무가 천천히 커간다. 시장님이 연설하고, 미끄럼틀이 생기고 사라지고, 노숙자의 집이 되기도 하고, 고양이 구출 작전을 펼치기도 하는 등 나무는 마을의 터줏대감이 되어 오래오래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책이 몇 페이지 남았는데도 더이상 나무의 나래이션이 들리지 않게 되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건물이 자리 잡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이는 “그림도 아주 슬펐는데, '...'하고 더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장면이 너무 슬퍼”라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이래서 『거인의 침묵』이라는 것을 아이가 곱씹는 표정을 보며 엄마인 나도 한동안 말을 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는 유독 지구를 사랑하고, 환경에 관심이 많은 아이이기에 『거인의 침묵』을 더욱 슬퍼했는데, 어른인 나는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서 더 서글픈 마음이었다. 책을 읽고 북극곰 출판사에서 주신 독후활동을 하며 아이는 내내 슬퍼했다. 자연과 건물이 같이 잘 어우러진 세상에 살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이것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고.
『거인의 침묵』이라는 제목을 곱씹어본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연을 침묵 '시켜'왔는가. 그리고 그것이 결국에는 우리의 침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의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