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티움 해전 - 로마 제국을 만든 전쟁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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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그 바다를 부르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페니키아인은 '위대한 바다'라고 불렀다. 이집트인들은 '거대한 초록'이라고 했다. 그리스인들은 '땅 한가운데 있는 바다'라고 명명했다. 이것이 지중해라는 이름의 문자적 의미였고, 그것을 우리가 오늘날까지 이어받고 있다. 유대인들에게는 '저 뒤의 바다'였다. 그 바다는 동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카르타고인들은 '시리아 바다'라고 했다. 기원전 30년 이후 서로마 제국의 멸망에 이르는 근 500년 동안 지중해는 간단히 '마레 노스트룸(우리의 바다)'라고 불렸다. 온 세상을 자기 것이라고 여긴 로마제국다운 오만한 생각의 표현이었다. (p.419) 

 

 

어쩌다 보니 요즘 내가 읽은 세계사 책이 거의 '지중해'에 관련한 책이다. 이쯤 되니 어쩌면 세계사는 지중해를 제외하고는 할 말이 많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물론 세계사의 전부가 지중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지중해와 얽힌 매력적인 스토리들- 트로이목마, 페르시아전쟁, 비잔티움 등-을 걷어내고 나면 세계사가 좀 심심해지지 않을까는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는 오늘부터 그 '흥미로운 지중해 역사'에 『악티움해전』을 하나 더 끼워 넣기로 했다. 

 

저명한 역사서를 출간해온 '책과함께 출판사'에서 최근 출간된 『악티움해전』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하게 된 이야기부터 옥타비아누스가 황제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 전체를 그린 책으로, 사실 그 내용이 꽤 방대하다. 전쟁 자체가 6개월 이상 이어진 까닭이기도 하나, 수많은 고대사 책을 출간한 '배리 스트라우스' 특유의 지식과 입담으로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덕분이기도 하다. 더욱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역시 생애 그 자체로 드라마처럼 사연이 많았으니 이 책은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종종 등장하는 셰익스피어의 문장과 역사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각각의 인물의 특성이나 성향, 사건의 방향성이나 기대효과 등까지를 상세히 생각해볼 수 있는데, 그로 인해 독자는 더욱 풍성한 이야기들을 그려낼 수 있는 것. 

 

나 역시 오랜 세월 일자 앞머리의 여자로만 떠올리던 매혹적인 여자, 클레오파트라를 전략가로, 달변가 이미지로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로마의 판세를 바꾼 전쟁임은 미리 알고 있었으나 경제, 외교, 사랑, 질투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이끌어내는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일리아스의 첫장면같았다고 묘사한 '아폴론의 복수'편은 생생하면서도 서사시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  안토니우스의 실패가 줄줄이 이어지고 클라이막스에 다다를 때는 드라마라도 보는 듯 긴장감이 들며 “역시 이 맛에 역사책을 읽지!”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소설이나 드라마라도 읽듯 긴장과 재미를 오가던 이야기는 '종반전'에서 훅 현실로 돌아오며 역사의 그림자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인용한 문장에서처럼 지명에서조차 한 나라의 사상을, 정치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까지 말이다. 이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은 것 같은데, 가장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던 책도, '역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책도 『악티움해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끔 역사서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이때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이때 이 사람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들 말이다. 물론 이미 지나버린 시간이기에 그저 상상으로 끝나는 일이지만, 『악티움해전』을 읽으면서도 여러 생각이 들더라. 안토니우스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클레오파트라의 본심은 무엇일까. 그들이 진심은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이 바쁘게 생각하며 지중해 어느 지점에 머물렀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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