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왕국 서로마 제국이 ‘시시껄렁하게’사라지는 순간 - 프로와 아마의 차이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상황에 매몰된 자의 사고는 전후 1CM다. 세상의 모든 사건을 꼬리와 꼬리를 연결하는 바로 앞 꼬리와 뒤 대가리만 보고 판단한다. 한발 물러나 그 사건이 위치하는 시대와 역사의 좌표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몰라서가 아니다. 그것은 두려워서다. 현실에 익숙하고 편해서다. 다르게 본다는 것, 그래서 자신을 객관화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편하다. 주변에서는 다 아는데 자신만 못보는 경우가 있다. 시대의 흐름도 거기에 따라 보인다. 세상의 그릇차이도 거기에서 갈린다. (P.35)

 

 

84페이지, 국밥보다 저렴한 가격의 책. 핸디 북을 보기 어려운 요즈음이기에 더 반가운 느낌이 드는 이 책은 가디언에서 출간된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 시리즈로 점점 책을 멀리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볍고 편안하게 '팩트'가 아닌 '질문'을 독자에게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기획 의도대로 『천년왕국 서로마 제국이 '시시껄렁하게' 사라지는 순간』을 읽기 위해 읽는 내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제대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 

 

꽤 묵직한 주제라 부담을 느끼고 시작했는데, 작가의 구어체 덕분인지 분량이 작기 때문인지 라디오를 듣듯 편안하게 읽었다. 작가의 전작도 읽었던 터라 “뭐지, 이 시츄에이션?”, “얘 뭐지?” 등의 문장을 보면서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선택의 순간에 항상 해오던 방식대로, 자신에게 익숙한 패턴으로 사고하여 결론을 얻는다(P.21)”라는 문장처럼 툭 내뱉은 말이 마음에 훅 다가오기도 했다. 

 

84페이지의 짧은 분량이지만 아틸라, 리키메르, 오레스테스, 제노 왕 등의 심리나 성격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듯했다. 벽돌같은 로마 책들을 읽은 덕분인지 가볍게 생각을 정리하며 읽기에 좋았달까. 군데군데 '100자 인사이트'라는 꼭지가 있었는데, 그 부분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엿보기도 하고 내 생각을 정리해볼 수도 있었다. 개인의 생각을 메모할 수 있는 3줄 정도의 상자도 프린트되어 있어 간략한 생각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짬짬이 하는 독서도 흘려보내지 않을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량의 이야기도 아니고 무거운 책도 아니라 자세를 잡고 앉아서 보기보다는 잠시 짬을 내어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차나 지하철 등을 많이 타고 다니던 시절에는 늘 「좋은 생각」이나 「샘터」 혹은 「살림 지식 총서」 등을 가방에 넣어 다니며 짬이 날 때마다 읽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가볍고 작은 책들이 아닌 무거운 양장본이 책장에 가득한 것 같다. 그래서 더 반가웠고, 아이의 계획에 대기할 때 짬짬이 읽기에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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