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후루룩 북멘토 그림책 12
희봄 지음, 김유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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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에 살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되는 바다가 동해라서 더 그렇겠지만, 나는 서해나 남해보다 동해의 바다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포항에서 영덕, 강원도까지 연결되는 7번 국도는 갈 때마다 탄성이 나오는 절경! 하늘과 맞닿아 경계선도 보이지 않는 바다, 바다까지 갈 기세로 뻗어 나오다 뚝 끊어져 버린 산. 나무 그늘 사이를 지나는 고기잡이배와 물고기들에게 손을 흔드는 나무들은 동해를 아름답게 만드는 주인공들이다. (단 하나의 요소도 조연이 없다) 최근 출간된 희봄 작가님의 『바다를 후루룩』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그 풍경들을 다른 시각에서 만날 수 있다. 

 

『바다를 후루룩』은 포항 구룡포 앞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그림책으로, 다른 시각에서 바다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책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될 만큼 아름다운 구룡포를 '어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더 특별하고 사랑스럽게 그려진달까. 

 

먼저 일러스트를 감상해보자면, 외국 그림책인가 하는 착각이 들 만큼 다채로운 색감, 원근감, 풍경 등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일러스트 자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지만, 『바다를 후루룩』 일러스트의 참 매력은 바닷가마을의 모습을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담고 있다는 점! 아이와 이 책을 감상하실 때 바닷가마을 특유의 돌길, 해풍이 잘 부는 곳에 늘어진 건조대, 수산물경매장의 부산스러움, 해 뜨는 바다와 해지는 바다의 색감, 고기잡이배의 전등까지 하나하나 관찰하면 읽으시면 좋겠다. 이 책을 감상한 후 바다를 만나게 된다면 아이는 분명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일러스트가 아름다움이 가득했다면 이번엔 스토리의 역할을 살펴볼 차례! 물고기잡이를 '비밀 초대'라고 표현할 만큼 바닷가마을 일상을 따뜻하게 묘사하는 내용은 물론이고 '물 반 고기 반' 등의 용어나 '물비늘 융단' 등의 묘사는 아이들의 어휘력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의성어 의태어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점도 무척이나 좋은데, 마치 책 한 권이 시 한 편을 읽듯 아름답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야말로 바닷가마을의 하루를, 식탁까지 구경하고 돌아온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아이와 우리 동네 풍경을 관찰해보기도 하고, 우리 집을 묘사해보기도 했다. 책의 주인공처럼 우리의 저녁을 말로 표현해보라고 했더니 “농부의 땀과 마트 사장님의 노력, 엄마의 사랑이 어우러진 밥상”이라고 대답하더라. 마트 사장님의 노력이라는 말에 웃음부터 터졌지만, 농사짓는 풍경을, 고기 잡는 풍경을 만나본 적 없는 아이에게는 당연한 대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런 그림책이 필요하다. 우리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일상이, 타인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일상이라는 것을 배울 기회, 내가 모르는 세상의 풍경을 만나는 문이 되어주니 말이다. 이 책 덕분에 우리 아이는 이제 바다 위의 배를, 식탁 위 어부들의 정성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는 봄 풍경도 분명 아름답지만, 물고기가 살찌고 바닷물이 초록빛이 되는 풍경도 분명 아름다운 봄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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