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대문형무소 도슨트 - 청소년을 위한 근현대사 수업 ㅣ 교양이 더 십대 3
문재옥 지음 / 다른 / 2023년 2월
평점 :

형무소는 죄인을 가두는 곳입니다. 그러나 서대문형무소는 조금 특별하지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에 항거한 분들과 우리 나라를 좀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민주화 투쟁을 하던 분들이 많이 수감된 곳이었으니까요. 항일 의병장과 독립군을 비롯한 수많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독재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던 분들이 이곳에서 잔혹한 탄압을 받았습니다. (p.4)
“아픈 역사와 마주하기”. 이 책을 펼치자 마자 나를 맞이한 문장, 아픈 역사와 마주하기. 그래, 서대문형무소는 그야말로 아픈 역사와 마주하는 곳이 아니던가. 나도 처음 방문했던 시절, 눈물이나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고, 우리 아이도 가슴이 아파서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던 곳. 그래서 어쩌면 우리집에서는 이 책이 우리가 '눈물없이' 서대문형무소를 만날 수 있는 '첫'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작가님은 많이 우셨겠지만, 최대한 감정없이 오롯이 서대문형무소를 바라보고 배우게 하는 책 『서대문형무소도슨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서대문형무소도슨트』를 아이와 읽으실 계획이라면, 두가지 방법으로 최소 두번은 읽으셨으면 좋겠다. 첫번째는 작가님이 앞 페이지에 제시한 관람동선으로 각 공간이 어떤 의의를 지니고 어떤 이야기를 품고있는지 흐름을 느끼시며 읽으신 뒤, 이곳을 아이와 다시 방문해 직접 만나보시기를 추천드리고, 두번째는 역사의 흐름으로 나누어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함께 공부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 역시 관람동선도 제시해주시고 시대순 연표와 사건순으로 나눠두셨기에 이 책 한권만으로도 서대문형무소와 그에 얽힌 역사를 충분히 배울 수 있지않나 생각이 든다.
'독립운동과 서대문형무소'에서는 서대문형무소의 탄생, 의병들의 순국, 무단통치, 독립운동, 일제의 만행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학생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서 내용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큰 오산. 조선시대의 벌부터 서대문형무소의 과거모습, 기유각서와 불공평한 사법제도까지 우리가 겪어야 했던 아픈 과거들을 면밀히 다루고 있다. 무단통치 및 독립운동가들의 업적, 그들이 당한 고초까지 매우 상세히 담고 있기에 단순히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역사키워드'를 통해 적어주신 내용들이 참 좋았는데, 아이들이 이 부분을 읽으며 교과서와도 연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장 '힘겨운 수감생활'에서는 말그대로 서대문형무소의 민낯을 그대로 보는 기분이었다. 식민지 감옥의 운영방식, 식사, 독립운동가들의 수감생활, 12옥사, 노동에 강제동원된 수감자 들의 대한 내용에 대해 매우 자세히 담고 계셔서 좀 놀랐다. '교도소에 갇힌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써내려가신 내용이 마음에 둥둥 울리기도 했고, 실제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했을 때 우느라고 제대로 관람하지 못했던 '지옥의 삼거리'에 대한 내용을 이제서야 제대로 읽어보기도 했다.
마지막 장, '민주화운동과 서대문형무소'에서는 친일파, 독재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고, 민주화운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도 했다. 학생들 책에서 만나기 어려운 상고문이나 민주화운동 동참자들의 수감생활을 다루고 있어 학생들이 실질적인 지식을 얻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직 도슨트가 직접 쓰신 책답게, 풍성한 사진과 해설, 교과서에서는 만나기도 어려운 내용까지 담겨있어 우리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꿰뚫어보는 느낌이랄까. 아직 아이가 어려 선별하며 읽어주었지만 언제인가는 혼자 통독을 하고, 교과서와 함께 발췌독을 할 수 있게 될 날까지 이 책은 우리집 책꽂이에서 함께 할 거같다.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졌다지만, 어른에게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좋은 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