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짱의 비밀 -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짱의 엄마가 보내는 편지
다케야마 미나코 지음, 에가시라 미치코 그림, 남가영 옮김, 다마이 구니오 감수 / 봄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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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되어 각색되었을지도 모를 기억이지만, 초등학교 시절 우리 아파트에 다운증후군을 앓는 언니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훨씬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그 언니를 둘러싸서 괴롭히고 있었고, 잘은 모르겠지만 그게 나쁜 행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나와 동생은 그 아이들을 무찌르고(?) 먼지투성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더러운 옷이 되어 집에 갔는데도 혼나지 않았던 이상한 날로 기억에 남아있다. 

  

<아이짱의 비밀>은 일본에서 출간된 책으로 다운증후군의 특징과 원인, 대하는 방법을 쉽게 알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난 날, 나는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었다. 아이들이 나쁜 선입견을 먼저 품기 전에 제대로 알려줄 좋은 방법이 있었다는 놀라움과 이런 책을 교육청 등에서 필독서로 지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었다. (나도 잘 몰랐지만, 현재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도 많다고 한다. 모든 장애아이가 집 앞의 학교를 편하게 다니며, 장애-비장애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고 돕고 도움받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짱을 통해 아이들은 다운증후군의 원인, 다운증후군을 앓는 친구들의 외모나 신체적 특성,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불편한지 등을 매우 상세히 알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을 이해해주어야 하는지,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언제 기다려주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몸의 상태를 살피면서 찬찬히 도전해 가다 보면 많은 일을 자기 힘으로 할 수 있게 돼요”였다. 이 부분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기다려주는 마음을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

 

아이짱이 꾸준한 노력을 하는 장면, 만세를 하며 즐거워하는 장면 하나하나 감격스러웠지만 가장 찡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지닌 장면은 아이짱과 아이들이 이어달리기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처럼 장애아이들과 비장애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놀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이 책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 그리고 선생님에게도 무척 도움이 된다. 뒤쪽에서 각 페이지를 세세히 설명해주기도 하고, 일본의 학교에서 이 책을 교재 삼아 수업을 하는 부분도 안내되어 있어 어른들도 장애에 대해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나아가 장애아이가 포함된 학급의 선생님이 교재로 활용하는 팁이 되기도 하겠다. 탄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일러스트가 다정하고, 문장이 쉬워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인가 한 비장애 아이의 엄마가 “우리 아이는 장애도 없고, 주변에도 그런 친구가 없는데 굳이 장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해? 할 것도 많은데”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나는 그 자리에서 “함께 사는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후천적 요인의 장애도 많은 거 아시죠”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굳이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란 생각에 자리를 피한 적이 있다. 혹시 마음속으로 한 번이라도 그런 마음을 풀었던 사람이 있다면, 다 떠나서 “내 아이의 인성을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장애에 대해 이해하게 키우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가 나쁜 인성으로 다른 친구의 외모나 특성을 비하하지 않도록, 그 아이 말고 내 아이를 위해서 공부하자고.

 

이 책도 그러한 이유에서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세상은 모두를 위한 것이니 말이다. 또 어린 시절부터 정확히 안다면, 선입견을 품는 대신 그저 나와 조금 다른 친구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짱'과 자폐증을 앓는 '스즈짱', 두 권만 출간되어있지만, 더 다양한 아이들을 책으로 만들어주시고, 더 많은 아이가 읽게 해서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자연스러울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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