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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정신 - 절벽에도 길은 있다
고도원.윤인숙 지음 / 해냄 / 2023년 2월
평점 :

꿈의 방향을 바꿔라. 마음의 방향을 바꿔라. 생각의 방향을 바꿔라.
생각의 방향을 바꾸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 역설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생각과 한계를 기준 삼아 타인을 판단하고 말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말속에는 자기만의 편견과 두려움이 가득 차 있을 때가 많다. 그것을 잘 분별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몸을 틀 수가 있다. (p.89)
많은 이들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기억할 것이다. 담담하게 응원을 실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내게도 울음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의 새 책, <고도원 정신>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내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비옥하다는 것을 느꼈다. 갈증처럼 읽어대던 책들이 나를 촘촘히 지탱하는 벽돌이 되어주고 있었음을, 시답잖은 농담이라도 끄적거리는 시간이 나를 살아가게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제야 비로소 그가 말하는 '안의 힘'을 이해하게 되었달까.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괜찮아요, 웃어봅시다' 하며 허허 웃는 선배님 같았다면 <고도원정신>은 넘어져도 결국은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단단한 코치님 같았다. 고도원 작가님의 살아온 여정을 이야기한다 싶다가도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문장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눌러왔던 마음들이 툭툭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자신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에 대해 성찰할 잠깐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생의 좌표를 다시 찍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삶의 고비마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다(p.118)”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휴직서가 아닌 사직서를 내는 내게 “아픈 거 다 낫고 나면 돈생각 안 날 것 같지? 솔직히 여전히 우리나라 여자가 이 연봉 버는 거 쉽지 않은 것도 알지?” 등의 모진 말을 던지던 사람들의 얼굴을 뒤로하고 의지대로 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만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그러길 잘했어”하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쏟아졌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길, 결과와 관계없이 나만이 낼 수 있는 길을 선택해왔다는 작가님의 문장에서 나도 내가 선택한 길을 부지런히 걸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한 개의 길이 막히면 열 개의 길이 열린다는 말을 내내 곱씹으며 이 책을 읽었다. 내 삶을 살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남들이 '옳다'고 정해놓은 길을 박차버린 순간들을 '잘했다'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꿈'이라고 말하면서도 어쩌면 나조차도 나의 꿈을 응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부지런히 사는 지금의 내가 얼마나 멋진지 깨달았다. 남들 눈에는 그저 책이나 읽는 팔자 좋은 아줌마면 어떤가. 지금 나는 나를 부지런히, 나의 속도로 만들어가고 있다.
내가 의식이란 것을 가진 이후, 내 꿈이 글쟁이가 아니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먹고산다는 이유로 (혹은 재능이 부족해서) 나는 여전히 '읽고 쓰는' 놈이 아닌 '읽는' 놈이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그래도 글쟁이 그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 십여 년 쳇바퀴 돌듯 바빴던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새벽에 모닝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가족들이 잠든 밤 책을 읽다 잠드는, 그리고 무엇이라도 매일 끄적거리는. 경제는 팍팍해졌을지 모르나, 내 마음은 부자다.
나조차 잊고 살던 나를 응원하는 법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 나를 지탱하게 하는 나의 '정신'이 무엇인지 번뜩 깨닫게 해준 작가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