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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 하자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3년 1월
평점 :

누구에게선가 들었다.
정말로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따라서 기뻐하는 사람이라고!
내가 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걸
알게 되어 기쁘다. (p.203 '기쁜 일')
책을 읽는 사람에게나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에게나 익숙한 작가님들을 몇 고르라면, 아무래도 첫 번째 손가락에 나태주 시인이 꼽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작하시기도 하지만 시가 쉽고 따뜻해 캘리그라피 작품이나 선물 포장, 거울 등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기 때문. 잘은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좋은 글은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왔기에 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대할 때면 나도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된다. 마치 한가한 오전에 커피 한잔을 들고 느긋하게 마주하는 햇살 같은 느낌이랄까.
풀꽃 시인 나태주 선생님의 50번째 신작 <좋은 날하자>는 그 제목만큼이나 예쁜 시와 일러스트를 고루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약 200여 편의 시와 6개의 일러스트(심지어 두 페이지가 이어지는 큰 크기)를 만날 수 있어 지금부터 봄이 올 때까지 야금야금 꺼내 감상하기에 충분한 분량이다. (물론 나는 뒤의 시들이 궁금해 아껴 읽지 못했지만).
무려 52년간 시를 써오신 나태주 선생님의 시를 읽고 있자면 참 묘한 마음이 들곤 하는데, 어떤 시는 너무나 어린이의 시같이 맑고 투명하고, 어떤 시는 선생님의 세월만큼 깊다. 한 명의 사람이 이렇게 너른 폭의 감상을 품고 있음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은 늘 자신이 실수하지 않기를,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신다고 하시니 그 겸손까지도 배워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에도 그 투명한 눈과 깨끗한 마음, 겸허한 자세까지 꾹꾹 눌러 담아 두어 읽는 이에게도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하고, 조금 더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조금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한다. 분명 화려한 문장이 아닌데도, 나태주 선생님의 글은 읽을수록 나도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수많은 시인 중, 나태주 시인의 시를 아이에게 필사하게 한 것은, 그의 시에서 찾을 수 있는 맑음을 아이가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우리 아이도 언제나 나태주 시인처럼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또 한 번 그의 시집을 읽으며 나도 이분처럼 나이를 먹어가도 마음과 눈만큼은 어린이 같은 상태를 지켜야지, 하고 다짐해본다. 어느새 겨울 틈으로 성큼 다가온 봄, 이 책과 함께하면 그 봄을 더욱 아름답고 애틋하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