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로의 용기가 되어 - 초등학생이 궁금해하는 시민운동 이야기
레베카 준 지음, 시모 아바디아 그림, 김유경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출간될 때부터 기대가 많았다. '시모 아바디아'작가님이 그리신 일러스트(골리앗, 나는 토토, 채소밭 농부 등)를 좋아하는 편이라 일러스트에 대한 기대가 컸고, 주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이런 형태의 책을 아이와 몇 권 읽었는데, 주제마다 아이의 생각을 깊이 엿볼 수 있었고, 생각의 폭이 훌쩍 자란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작은 힘이 모여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민운동에 대해서는 꼭 한번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우리 아이의 생각에 또 한 번 놀랐고,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너른 폭의 생각과 양질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깊은 생각을 엿본 <서로의 용기가 되어>는 시민들의 작은 힘들을 모아, 큰 결과를 이루어낸 시민운동에 관해 다룬 책으로 베를린장벽 붕괴, 인종차별반대, 소금 행진 등 이름난 시민운동에 대해 배우고 생각해볼 수 있다. 시민운동에 관해 모아놓은 책 자체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책은 흔치 않아서 이 책은 더욱 큰 의의를 지닌다는 생각이 들고, 설명도 매우 쉽고 상세하여 아이도 어른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목차도 매우 잘 정리되어 있는데, 목차에 사건의 발생지와 연도, 사건 개요가 목차에 다 들어있어 아이들이 개념을 정리하기에 매우 좋다. 반면 본문은 스토리 위주라서 어렵고 딱딱한 느낌보다 편안한 이야기를 듣듯 이야기가 흐른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편안히 전개하다 보니 오히려 사건에 대해 이해가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에는 역시나 일러스트가 한몫을 한다. 명확한 주제를 담고 있는 일러스트만으로도 아이들이 많은 정보를 얻고 생각할 거리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베를린장벽 붕괴는 장벽이 무너지기 전의 흑백의 음산한 분위기와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의 생동감 넘치는 장면이 대비를 이루어 아이가 자유와 기쁨이 느껴진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고 적힌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일러스트는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굵직한 생각을 전해주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아이의 생각이 잘 자라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이가 “한 명은 한 개를 버리지만, 그게 모이면 줍는 사람은 많은 쓰레기를 주워야 하죠. 근데 열 명이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면, 동네가 더 금방 깨끗해질 거 잖아요. 착한 일이나 시민운동도 많은 사람이 조금씩만 힘을 내도 더 금방 좋아지는 거 같아요.”라고 말을 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이와 산책을 하며 해온 플로깅도, 아이와 읽어온 책들도 모두 작은 의미가 되었고, 그것이 모여 아이의 생각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 순간 나 하나 참여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하고 넘길 것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더'의 마음으로 많은 것에 참여한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을 깨달았다.
'서로의 용기가 되어'라는 제목을 다시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도 아이도 서로의 용기가 되어, 또 다른 누군가의 용기가 되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