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에 뭐가 있는데? 북멘토 그림책 10
장잉민 지음, 마오위 그림, 류희정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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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쓱, 새 책을 밀어놓자 아이가 “뭐야 이 웃기게 생긴 책은!” 하며 다가온다. 그러더니 금세 표지의 물고기들처럼 “맨 앞에 뭐가 있는데~”하며 책을 펼치고 읽더니 가장 마지막 장에서 깔깔 웃으며 “근데 어디가 제일 앞이야?”하고 말한다. 사실 아이에게 주기 전에 나도 이 책을 읽었는데, 분명 어디가 재미있는지 살펴보고 준건데, 정작 나는 아이가 발견한 포인트는 발견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기발한 눈으로 봐야 더 재미있는 책, <맨 앞에 뭐가 있는데>는 대만 아동문학의 거장 장잉민과 볼로냐 국제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수장가 마오위가 만나 '협동'이 뭔지 제대로 그려낸 작품으로 묘한 감동과 엉뚱한 웃음 포인트를 준다. 길게 줄을 선 물고기들과 동물들이라니, 이 발상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물들이 나누는 대화도 너무 재밌다. 정작 서로 최선을 다해 앞의 무엇인가를 밀고 있지만, 누굴 (혹은 무엇을) 미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 날 수 있는 갈매기가 한참을 날아가서야 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속 표지까지 다 읽고 나면 우리 아이처럼 제일 앞이 어딘지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바위처럼 밀리지도 않는 친구를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며 협동을 배우기도 하고, 위험의 순간에는 '적'도 한편이 될 수 있음을 떠올리는 등 묘한 감동과 교훈을 느끼게 되는 참 신기한 발상의 책이다. 

 

아이가 속 표지를 읽고 난 후, 맨 앞이 어디냐고 할 때 놀랐던 이유가, 어쩌면 작가님이 수많은 동물을 돌리고 돌려 지구를 뱅뱅 돌리게 만든 이유가 우리가 모두 그렇게 서로를 돕고 도우며, 기대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셨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구해준 동물이, 내일 나를 도와줄 수도 있는 존재 아니던가. 어른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아이가 깨달았을 때, 역시 세상은 아이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동물들이 줄을 서는 책이 뭐 그렇게 재미있냐고 하실 분들이 있겠지만, 정말 등장하는 동물들 하나하나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고, 길게 들어선 동물들과 어우러진 풍경이 묘한 울림을 준다. 동물들의 익살넘치는 표정을 관찰하며 대사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이 바위 같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할 만큼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일러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이 줄을 서 다른 친구를 돕는 어찌 보면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지만, 장면전환이 무척이나 다양하여 이야기의 풍성함을 높인다. 어떤 장면에서는 동물의 털까지 셀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시선으로, 어떤 장면은 그저 지구 위에 얹어진 말 주머니가 보일 만큼 멀게 시선을 배치하여 감정을 극대화하기도 하고 주제를 선명히 부각하기도 한다..

 

꼬맹이 독자들과 이 책을 읽으신다면 맨 앞에 무엇이 있고, 어떤 동물을 도와주는지만 이야기하고 동물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고,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라면 우리만의 '맨 앞에 뭐가 있는데'를 만들어보거나, '정글 버전', '북극 버전'등 다양한 동물들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맨 앞에 뭐가 있냐고? 정답은 책 속에 숨어있다. (어쩌면 맨 앞은 매번 다른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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