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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 - 우리는 왜 가끔 미친 짓을 하는 걸까
야오야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2월
평점 :

조증이 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을 하든 지나치게 활력과 열정이 넘치고, 한꺼번에 밀려드는 생각 때문에 극도로 흥분한다. (...) 우울증이 시작되면 조증과 정반대로 활력과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 모두 느려지며,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무미건조하게 느낀다. 마치 세상의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단번에 깊고 어두운 심연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조울증은 이렇게 우울증과 조증이 서로 번갈아 가며 악순환을 거듭하는데, 인간의 정상적인 정서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고통이다. (p.109~110)
솔직히 요즘 심리학책을 너무 자주 읽은 것 같아서, 좀 줄이고 다시 역사서나 파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의 표지에 “우리는 왜 가끔 미친 짓을 하는 걸까”라고 적힌 것을 보고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며 사는데도 나는 여전히 '이불킥'을 할 때가 많기에 (나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제발) 그 가끔 미치는 걸 멈추지 못한다면, 기간이라도 늘리고 싶었기 때문. 물론 내가 미친 짓을 할 때는 인지하지 못하니까 이불을 발로 차고 있는 것일 테지만, 적어도 더 젊을 때보다는 이불을 덜 차도록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은 한 것 같다. 자, 오늘 아침도 이불을 찼다면 나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우리 스스로를 들여다보자.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잠재의식, 우울증, 수면장애, 최면, 호스피스 등 우리가 실생활에서 직접 겪는 여러 심리 문제들을 잘 다루고 있다. 그래서 심리학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좀 실질적인 이야기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특히나 정말 못 자는 편인 나는 수면장애 편을 매우 열심히 읽었다. 자아실현을 못 해서 등따습고 배불러도 잠을 못 자나 생각해보기는 했으나 자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낮잠을 자면 밤잠을 못자리라는 불안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스피스에 대한 부분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사실 재작년 즈음,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 때 '죽음'에 관한 책을 꽤 읽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라는 것을 떠올렸다. 죽는 순간 마음에 아쉬움이 되도록 적도록, 후회가 적도록 하루하루를 더욱 성실히 진실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사실 완전히 우울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고, 순간적이든 장기적이든 수면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이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우리 곁의 이야기같이 느껴졌고, 나와 직접적인 상담을 하듯 편안하게 읽혔다. 훗날 몇 줄이나 내 마음에 남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나를 롤러코스터에 태우고 감정의 시소를 타는 일도, 그놈의 '멜랑콜리'(우리는 주로 감정 용어로 쓰지만, 사실은 질병이란다. 우울감과 비애를 뜻하는) 타령을 하는 것도 조금은 덜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도 멜라 콜리 했다면, 오늘도 우울했다면, 오늘도 필요 이상으로 업되었다면, 오늘도 잘 못 잤다면 일단 이 책을 만나보자. 혹시 아는가, 주치의 하나 만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