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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네가 피어날 차례야
바리수 지음 / 부크럼 / 2022년 12월
평점 :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을 하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일은 천지 차이다. 가끔은 힘을 빼며 그저 하루가 흘러가는 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때가 있다. 분명. (p.127)
아마 평소라면 연휴이고 가족들이 모였다고 하더라도, 잠자기 전 막간을 이용해서라도 평소 읽던 책을 이어 읽었을 나다. 그런데 이번 연휴에는 딱 한 권, <이젠 네가 피어날 차례야>라는 책만 읽었다. 이 책은 바리수 작가님의 그림에세이로 짤막한 그림과 에세이가 번갈아 들어있다. 사실 평소 내가 즐겨 읽는 책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책이지만 선물을 받아 읽게 되었는데, 때로는 배영을 하듯 힘을 빼고 사는 날도 충분하다는 작가님의 말에 그저 여유롭게 연휴를 보내고 싶었다. 정말 책도 읽지 않고, 평소의 루틴을 지키지 않고 딱 3일만 보내자 생각했다. (물론 딱 3일 만에 다시 책 앞에, 노트북 앞에 앉아있기는 하지만)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그림체의 표지이기에 내용도 그렇게 귀엽고 예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일러스트는 괜히 기분이 좋아질 만큼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모습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게 많았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달까? 요즘 책 속의 텍스트 대신 인스타의 카드뉴스나 웹툰에 익숙한 이들이 충분히 편안하게 읽으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도 귀여운 그림체로 나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 점점 나아지는 삶, 여유를 가지고 사는 삶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니 작가님의 놀라운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쉬운 이야기도 어렵게 하는 사람이 있지만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편안하게 해서, 독자에게도 그렇게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화법. 그래서 부담 없이 '맞아, 나도 조금 휴식이 필요해', '오늘은 온전히 나를 위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랄까.
연휴 기간, 아주 느긋하게 이 책을 읽으며 졸기도 하고, 아이와 조카와 놀아주기도 하며 느린 시간을 보냈다. 숨찰 만큼 바쁘게 살던 일상을 충분히 늦췄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빨라져 있었나보다. 이 책 덕분에 나는 또 한 박자, 나를 위한 쉼표를 그릴 수 있었다.
부디 마음먹은 대로, 느리게 그러나 꼼꼼히- 마음 가는 대로, 그러나 곰곰이-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