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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네 ㅣ 웅진 우리그림책 97
나오미양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평점 :

우리나라야 사계절이 뚜렷해 가만히 앉아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점점 경계가 모호해지긴 하지만) 그래서 우리나라는 각 계절의 아름다움을 아이들에게 교육하지 않는 듯하다. 아이와 함께 <겨울 동네>를 읽으며 문득 계절마다 만나는 각기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얼마나 다양한지, 아이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겨울 동네>는 도심에 사는 아이가 겨우내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지역에 사는 이모 집으로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겨울마다 당연하게 사용하는 내복, 스웨터,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출발하는 아이에게서 설렘이 전해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슴을 만날 생각에 들뜬 아이의 내용을 읽으며, 독자도 같이 들뜨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매우 매력적이라고 느낀 부분은 문장이 섬세하고 표현이 다양하다는 점이었는데, 아이들이 평소 사용하지 않는 쌉싸름하다, 얼얼하다, 낮이 짧다 등의 표현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아이의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짧은 문장들인데도 섬세하게 표현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어 마치 시를 읽듯 아이의 감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다.
일러스트 또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눈이 내리는 풍경, 사슴의 눈망울, 아이와 사슴의 멋진 꿈 등 한편의 작품을 감상하듯 넋을 놓고 바라볼 일러스트가 아주 많다. 글씨가 하나도 없는 페이지들이 특히나 아름다워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 책에서는 글씨가 일러스트를 가리지 않아 일러스트를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점도 무척이나 좋았고, 페이지마다 다양하게 구성된 장면들이 시선의 이동이나 감정의 변화를 엿볼 수 있어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아이와 저녁 시간 내내 이 책을 감상하며, 마지막 페이지의 작가님의 문장에서 코가 시큰했다. “소방을 가진다는 것, 그 자체로 멋지고 소중한 일입니다. 소망을 이루기 위한 여정 중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기도 하니까요. 늘 세상에 귀 기울이고, 가만히 바라보고, 음미한다면 뜻밖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라는 작가님의 말에, 우리 아이도 항상 세상을 그런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놀지 못하는 추운 계절이라고 생각했던 겨울이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인지, 또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를 생각해보게 한 아름다운 그림책을 통해 우리의 오늘은 더 귀하게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