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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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문득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샌가 자신의 몸에도 빛의 날개가 생겨 어둠 속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나비하고 똑같이, 작년 4월 교통사고가 난 뒤부터 화석이 되어버린 몸이 자유롭게 하늘을 헤엄치고 있었다. 왜 울어? 나는 정말 기분 좋게 하늘을 날고 있는데. (p.97) 

 

 

책을 읽기 전에 출판사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반전에 놀라지 않으면 100%환불하는 이벤트를 한다고 하기에, 도대체 얼마나 대반전의 소설이기에 이렇게 장담하나,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난 후? 평소 웬만한 추리소설 내용도, 드라마도 내용도 찰떡같이 맞히는 나지만, 환불받으러 못 간다. 답이 되었는가? 쫄깃한 반전의 소설, <열린 어둠>. 일단 한번 읽어보셔라. 

 

원래 나는 짧은 분량의 글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재미있을 만하면 끝이 나버리기도 하고,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뒤의 내용을 워낙 잘 맞추는 터라 단편을 읽으면 금세 내용을 다 알아버려 재미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 그런데 이 책은 9개의 이야기를 모은 것인데도 소름에 소름을 더하는 느낌이랄까? 다른 일을 해가며 짬 날 때마다 단락 하나씩을 읽으면서도 어찌나 흡입력 있는지 긴 책 한 권 뚝딱 읽은 느낌을 받았다.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들도 이야기가 짧아 더욱 집중하기 좋고, 장마다 다른 재미가 있어 마치 과자 선물세트를 읽듯 여러 가지 재미를 보는 맛이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반전과 재미를 모두 느끼며 읽기에 너무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오래전에 쓰인 글이 지금 읽어도, 어제 쓴 책처럼 세월의 이질감이 없다는 것도 놀라운데 이런 속임수와 반전을 이토록 섬세하게 숨길 수 있다니! 미스터리 거장은 거장이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 또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묵직한 주제에, 술술 읽히는 문장력이 더해져 금방 뚝딱 읽어낼 수 있는 이 책은 미스터리 애호가들에게는 당연히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 미스터리 초보들은 미스터리에 발을 들이게 되는 '엄청난 미끼'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출판사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반전에 놀라지 않았다면 100% 환급해주는 환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 일단 한번 속는 셈 치고 이 책을 만나보시길. 분명 환불을 받을 수 없겠지만 (반전에 안 놀라는 게 불가능함)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쫄깃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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