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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똥 ㅣ 책속의책 그림책
이정호 지음, 최희옥 그림 / 책속의책 / 2022년 12월
평점 :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에서 똥과 방귀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주제임을 엄마들은 안다. 친숙한 소재이기도 하고, 웃음 코드를 가지기도 하니 좋아할 수밖에! 그런데 그것이 비단 현대의 일만은 아닌가 보다. 전래동화나 명작동화에도 똥은 심심찮게 등장하는 소재인걸 보면 말이다. 이번에 우리가 만난 '구렁이 똥'이라는 책 역시, 똥을 소재로 웃음과 감동, 교훈까지 주는 책이니 똥 이야기 좋아하는 집이라면 꼭 한 번 만나보셨으면 좋겠다.
일단 일러스트. 표지만으로도 아이는 웃음을 터트린다. (우리 아이는 둘 다 못생겼다지만) 이미 표지에서부터 고운 옷을 입고 속눈썹까지 싹~ 올라간 예쁜 애랑 색 없는 한복에 머리부터 안 예쁜 애가 등장하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똥이 등장하니 아이들의 호기심 자극은 무조건 성공. 책 안에도 어찌나 웃긴 그림이 많은지,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도 분명 웃으며 이 책을 만날 수 있고, 이야기 전개에 따라 일러스트도 풍요롭게 변하니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엄청나다.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 잠시 책의 구성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우리 신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답게, 판소리 같은 구어체로 이루어져 아이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준다. 부모님이 맛깔나게 문장을 살려 읽어준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만나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자주 접하지 못할 춤사위, 낟알, 고갯마루 등의 단어를 만나볼 수 있어 어휘확대에도 도움을 준다. 또 책의 마지막에는 신화의 어떤 부분을 참고했는지도 풀이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의성어, 의태어가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운율에 맞춰진 문장들이 많아 아이들의 표현력이나 글쓰기에도 참고하기 좋은 문장이 많았다.
일러스트나 책의 의의도 너무 좋지만, 내용도 부족함이 전혀 없다. 예쁜 아이 '단이'의 유일한 단점인 구렁이 똥을, 동네 사람들은 못난 아이 '꽃지'의 똥이라고 오해하고, 이 똥이 구렁이가 되어 단을 위협하자 용기를 낸 꽂지 단이를 구하는 웃기고도 신비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외모선입견, 진실을 말하는 용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자세, 친구를 위한 마음 등 매우 다양한 교훈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아이는 꽃지가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구렁이 똥의 주인이라는 오해를 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무척이나 마음 아파했다. 자신도 친구들의 말에 상처 입은 일이 있었듯, 혹시 친구들에게 자신의 말이 상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보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참 선한 마음으로 자라고 있고, 좋은 책들이 아이에게 좋은 양분이 되고 있다는 것에 흐뭇해졌다.
재치 넘치는 그림과 주제 속에서 깊은 교훈을 깨닫는 것이 우리 고전 동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현대에 만들어진 책이지만, 고전의 매력을 가득히 담고 있었다. 아이에게도 무척이나 큰 재미와 교훈을 주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류의 책들이 사라지지 말고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우리 이야기, 우리 소재를 다양하게 만나며 성장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