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황유나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터진 마음은 두 볼이 아물고 남을 시간보다 더 오래 아팠다. 그까짓 일로 두고두고 분한 건 아픔 탓이 아니다. 한마디도 대들지 못한 내가 몸서리치게 싫었다. (...) 그날 밤, 두꺼운 이불 위로 떨어진 그 '말'이 왜 아직도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다. 그 아림이 떠올릴 때마다 나는 운다. 내가 퍼부었어야 할 거친 말들이 떠올라 곱씹으며 되새긴다. (p.120) 

 

굳이 아픔의 크기를 지표로 매길 수 있다면, 나는 남들이 한 두 번쯤 겪었다는 세상의 풍파를 겪은 일이 없다. 날 때부터 평온한 집에 태어나 유순한 형제들과 잘 성장했고, 적당한 직장에 다니고 적당히 돈을 벌며, 적당한 소도시에서 적당한 내 집을 마련하고, 적당한 가정을 꾸리고 산다. 그래서 큰 아픔을 겪었다는 사람들 앞에 내가 꺼낼 수 있는 위로의 말은 많지 않다. 그러나 나라고 살며 가슴이 시린 날이 어디 없었을까. 나도 나 딴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겪으며 살았지. 섬세한 감정을 지녔기에 누군가의 아픔을, 누군가의 치유과정을 더 면면히 느끼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울고, 공감하며 온 마음을 다해 토닥이는 시간을 가졌다. 책장을 덮고 나서야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마음에 응어리진 들을 함께 흘려보냈음을 깨달았다.

 

책 속의 그녀는 애처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말도 안 되는 중소기업의 근무, 술 취한 외삼촌의 언어폭력, 투석으로 기억되는 아빠, 사마귀 같은 상사의 성폭력, 자살 기도까지. 그런 그녀가 어느새 자신의 어둠을 딛고 일어서 “오늘만 사는 삶”을 외친다. 만약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의 끈을 놓아 버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고, 또 한 편으로는 그렇게 이겨낸 그녀가, 살아온 그녀가 대단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나의 삶 어느 구석이 그녀와 닮아있는지 매칭해볼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나는 그녀의 아픔을 오롯이 투영하며 읽었다. '왜'라는 질문을 평생 스스로 하고 살았다는 그녀의 말이 너무 아파서, 가만히 고개를 저어주고 싶었다.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된다고, 그럴 필요 없다고. 

 

그러나 그녀는 실패에 깔린 아픈 사람이 아닌, 실패를 딛고 또 일어서는 오뚝이를 택했다. 숱한 아픔을 겪으면서도 일어났고, 다시 넘어지면 또 일어났고, 아픈 자신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그저 나이만 먹은 어른 말고, 내면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진짜 어른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후, 문득 그녀는 내일의 자신을 좋아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오늘의 자신까지 토닥이고 안아주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그녀도, 또 나의 삶을 성실히 살아온 나도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우리의 어떤 삶이 그녀의 삶과 닮아있는 모습인지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저 온전히 이 책에 빠져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와 닮은 아픔 하나가 터지고, 눈물이 나고, 속이 시원해지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아마 그녀도 자신의 시간을 이 책에 쏟아내며 조금은 더 시원해지고, 덜 아파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아프다. 아프고 나아지고를 반복하며 산다. 또 반대로 우리는 모두 행복하다. 행복하고 그 행복에서 깨고를 반복하며 산다. 원래 그게 인생이다. 그러니 아픔을 만났을 때 참지 말고 울 수 있기를, 행복을 만났을 때는 가득히 웃을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