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극에 삽니다
예세 휘센스 지음, 마리케 텐 베르헤 그림, 정신재 옮김 / 노란코끼리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가장 교묘한 위협은 바로 독이에요. 온갖 방법으로 저는 독을 먹게 돼요. 농약에 중독된 토끼, 바다에 떠다니는 온갖 독성물질을 품고 있는 물고기, 살충제로 죽은 동물의 사체 등등을 통해서요. 온갖 종류의 독들, 중금속부터 농약까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 죽음에 이르러요. 눈에 보이지 않죠. 그래서 믿기 어려우시죠. 인간들은 단지 우리가 자연에서 난 정상적인 먹이를 먹는 줄 안다니까요. (p.59, 흰꼬리수리)
이런 류의 책을 꽤 다양하게 보는 편이다. 나와 아이의 관심사기도 하고, 모르면 지구에서 살아질 동물들이 많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알아야 지킬 수 있기에 아이에게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알게 해주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북극에 삽니다'라는 책으로 2022년 프리미어 안데르센 상, 실버페인트 브러쉬상 등 다양한 상을 받은 책으로 내용도 일러스트도 몹시 매력적이다. 북극. 말게만 느껴지는 곳, 그저 흰 눈만 떠오르는 곳이지만 그곳에 사는 많은 생명, 그들이 함께 이루어가는 지구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일단 이 책의 일러스트는 대체로 다섯 가지 이하의 색을 사용한 판화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색감이 단조로워 오히려 동물들의 모습에 눈이 가고, 표정을 그리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감정이나 상태를 상상하게 된다. 특히 흰올빼미나 혹등고래처럼 눈이 그려진 동물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일러스트를 충분히 살펴본 후, 백과나 인터넷에서 해당하는 동물들을 다시 만나보며 이 책을 곱씹어본다면 아이들에게 지식과 감동을 모두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동물의 시점에서 진행되기에 감정을 더 깊게 자극한다. 동물이 사는 환경, 먹는 음식, 모습이나 형태 등에 대해 매우 자세히 설명하기에 아이는 동물에 대한 지식을 얻을 뿐 아니라 '친구'를 이해하듯 그들을 받아들인다. 편견을 가지지 않은 아이이기에 동물의 겉모습이 어떻든 간 데 그들의 이야기에 고스란히 집중하는 것. 이런 점에서 이런 책을 어릴 때부터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편견이나 이기심 없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아래쪽에는 각 동물이 사는 곳, 분류, 길이, 무게, 개체 수, 보호 상태 등을 표시해두어 동물에 대한 객관적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우리 아이의 경우 보호 상태가 멸종위기이거나 준 위협 단계의 동물들을 하나하나 쓸어주며 가슴 아파했다.
순록이나 범고래, 북극곰, 스라소니 등 비교적 우리에게 알려진 동물들과 각시 바다쇠오리, 호사 북방 오리, 세가락갈매기, 극제비갈매기 등 이름을 발음하기조차 낯선 동물들까지 만나며 지구의 아름다움을, 특별한 생명을 '이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말로만 생명의 귀함을 (정확히는 인간의 귀함을)이야기하고 살지 않았나 생각해보곤 한다. 우리 아이의 아이들도 이 책에 나오는 친구들을 '살았던 동물'이 아닌 '북극에 사는' 동물들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보며, 특별한 친구들을 사귀게 해준 작가님께 감사를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