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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숲을 지나 ㅣ 마음별 그림책 26
리이징 지음, 김세실 옮김 / 나는별 / 2022년 11월
평점 :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동양의 작가님일지 서양의 작가님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 색감이나 선은 동양적인 느낌인데, 캐릭터의 분위기는 서양의 느낌이랄까. 원래는 책을 읽기 전에 작가님을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아 검색을 해보고야 이해가 되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작가님. 거기에 이 깊이 있는 표지가 작가님의 데뷔작이라는 말이 너무 놀라웠다.
일러스트에 눈이 먼저 갔기에, 책을 펼치자마자 작품집을 구경하듯 일러스트를 먼저 감상했다. 수묵화의 번짐이 가득한 배경화면과 표정이 생생한 등장인물들의 조합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이나 넋을 잃고 바라봐야 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상상할 겨를도 없이 그림을 바라보다 보니 온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분명, 따뜻한 내용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이 처음 혼자 어두운 숲으로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표정 변화, 숲을 나올 때의 배경 변화가 무척 차이가 있어 느껴지는 메시지가 많았다.
온기가 가득한 마음으로 내용을 읽는데, 그 따스함이 쭉 이어져 행복해졌다. 잔잔한 문장이 이어지지만, 그 안의 내용이 너무 단단해서, 아이들이 꼭 이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어려움에 닿을 때마다, 마음속의 기억들을 꺼내 보며 행복할 수 있다는,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달까.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때 내가 느꼈던 감상을 강요하게 될까 봐 살짝 거리를 두고 아이를 관찰했는데, 아이의 표정이 거울처럼 책의 내용을 비추는 것을 보며 우리 아이가 책을 온전히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보는 내 마음도 더욱 따뜻했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온통 온기가 가득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추억이나 사랑이 마음속에서 환한 빛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는데, 아이가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여 준다는 게 정말 감사했다. 우리 아이가 마음속에 빛을 하나하나 모으며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순수하게 행복으로 이해하고 있었기에.
적극적인 성향의 아이도, 소심한 아이도 분명 마음속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는 날이 있을 것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빛과 길을 찾을 것이다. 그럴 때 이 책은 아이들에게 팁을 주는 지도가 되어줄 것 같다. 우리의 소중한 기억들이 너를 다시 빛으로 이끌어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