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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상한 사랑은 처음이야
유희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사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울컥 눈물이 차는 '엄마버튼'을 장착한 채 나를 찾아왔다. 나 역시 꽤 정성스레 육아일기를 써온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일기장은 단순히 '기록'을 넘어 그 사람의 삶에 들어가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이 책을 읽기도 전에 꽤 울게 될 것을 예감하고 마음의 준비를 꽤 단단히 했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나의 힘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아이의 엄마'라는 공통점에 우리 집에도 있을 에피소드, 그리고 아기자기한 그림까지 장착한 이 책을 어찌 울지 않고 읽는다는 말인가! 3분의 1도 채 넘기기 전에 나는 그냥 울면서 읽기로 했다. 그러니 당신에게 미리 말한다. 책을 읽으시기 전, 꼭 아이의 손수건 하나 손에 쥐고 시작하시라고. 아! 이왕이면 하도 삶아대서 색은 이미 바래고 없지만, 추억이 가득한 것으로.
아이가 잔소리를 막기 위해 허리를 펴는 장면이나, 엄마도 같이 삐지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피식 났고, 엄마가 아이에게서 배우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눈물이 났다. 둘째가 없어 갱신할 길이 없는 여전히 매일 초보 엄마인 나는, 아이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지금도 시계가 가고 있다는 한마디에 엉엉 울다가 잠든 아이를 깨워버리기까지 했다. (자다 깨서 무슨 책이 그렇게 슬프냐고 안아주고 다시 잠든 너. 내일은 더 많이 안아줘야지) 아, 진짜 이렇게 이상한 사랑은 처음이야.
웃음, 눈물과 콧물만 뺀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이 책에는 엄청난 팁들이 숨어있다. 대부분은 작가님이 생활에서 터득한 것인데, 육아 동지들과의 수다처럼 막혀있던 고민거리를 뻥 뚫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이가 도움 요청할 때 10초 기다리기, 마음이 쉬는 비상구 만들기, 조건 없이 사랑하기. 아이는 잘못 같은 거 않는다고, 잘 못 할 뿐이라는 작가님의 말에는 엄청난 깨달음과 교훈이 뚝뚝 흘러내렸다.
속도를 빼고 읽는다면 1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 말고 천천히 우리 집 추억도 꺼내고, 아이들 사진도 다시 보면서 읽으면 좋겠다. 그렇게 천천히 읽어야 제맛인 책이니까.
사실 나는 며칠간 고민이 많았다. 아이반의 어떤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한껏 약 올려놓고 아이들이 화를 내면 눈물로 고자질을 하는 중이라고, 소심한 우리 아이는 그것을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하는 거초자 고자질이라고 생각해 속병을 앓았다. 나는 며칠간 온갖 고민을 하고 아이에게 여러 방법을 제시했는데, 오늘 아이는 그 친구와 재미있게 놀고 '고자질하지 않는 네가 더 예뻐'라고 말해줬단다. 나의 고민이 억울하지만 다행인 이 밤. 작가님 책을 며칠 전에 읽었더라면 이런 고민하는 대신 잠을 더 잤을 텐데.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이해방법이 있다는 작가님의 말이 사무치게 감사한 밤이다.
맞다. 이 책에는 모든 집의 “우리 집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