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와 산타 마을의 일 년 - 1982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엘바상 수상작 산타클로스 1
마우리 쿤나스 지음, 페트리 칼리올라 옮김 / 북뱅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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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어느새 나도 '산타 특공대'가 되어 아이에게 선물하는 엄마가 되었지만, 이 나이가 되어도 괜히 신나고 두근거리는 사람이다. 어릴 때 나는 산타할아버지가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 내 선물을 맞게 가지고 오지 못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던 아이인데 작년 이맘때 우리 아이가 “엄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 그래야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 쓰지”라고 말해 나를 웃게 했다. 아, 너는 나보다 계획적인 아이구나. 아마 어느 집이나 다르지 않을 크리스마스 풍경이기에- 아이의 상상력과 호기심에 반짝이는 전구가 되어줄 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산타클로스와 산타 마을의 일 년'. 아마 이 책이 눈에 익으신 엄마·아빠들도 많으실 터. 1982년 볼로냐 엘바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40년째 출간되는 '크리스마스 계의 고전' 되시겠다. 그렇게 오래된 책이 왜 여전히 이렇게 인기냐고? 이 책을 만나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내용부터 일러스트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이 '완벽한' 책이기 때문이다. 

 

먼저 내용. 아이들과 한 번쯤은 대화해보았을 산타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어찌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어지는지, 여러 번 다시 읽어도 너무 재미있다. 40년이나 지난 이야기인데도 진부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음이 매우 놀라운데, 자신의 즐거움이 기반이 되는 글을 썼다는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산타 마을의 아날로그 방식이 현대의 아이들에게 매우 낯설겠지만,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소곤거리는 듯한 작가의 문장력과 마치 산타 마을 여기저기를 걸으며 중계하는 듯한 생생함 때문이 아닐까? 여기에 살을 붙여 우리만의 상상력을 한스푼 얹어보면 긴 겨울밤이 어찌나 짧게 느껴지는지! 이 책 몇 번만 더 읽으면 크리스마스이브가 될 것 같다. 

 

다음은 일러스트. 이 책의 일러스트들을 하나하나 뜯어보자면 하루도 부족하다. 그림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그림 속의 이야기들을 찾다보면 어느새 우리 집이 산타 마을이 되는 것 같다. 개미만 한 요정들까지 더하면 수백 명의 요정들이 등장하고, 어느 요청하나 같은 표정이 없는 책이라니! 이 책이 어떻게 아이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있나. 어른이 되어 다시 이 책을 읽는데, 산타를 기다리던 마음이 선명히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부디 이 책은 글씨에 집중하여 서둘러 읽지 마시고, 한 장 한 장 등장인물의 표정, 도구들, 배경 하나까지 아이와 살피시며 읽기를 추천해 드린다. 그 시간 속에서 아이의 상상력은 향상하고, 엄마와의 친밀함은 더욱 깊어질 테니 말이다. 작가가 한두 줄의 문장으로 지나간 요정들의 이야기를 우리 집만의 상상력으로 성격을 유추해보고, 어떤 장난감이 만들어질지, 그 장난감은 어떤 친구에게 배달이 될지 신나는 수다를 떨어보시길!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는 재주가 없어도 걱정 마시라, 이 책은 아이들을 저절로 수다쟁이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책이다. 우리 집에서는 특히 장난감을 포장하는 페이지에서 엄청난 시간을 쏟았는데, 40년 전 장난감들이 잔뜩 그려진 이 페이지에서조차 세월이 느껴지지 않아 신기했다. (장난감들의 표정까지 모두 다른 것이 또 다른 재미 포인트)

 

산타클로스는 어떤 아이의 소원도 절대로 잊는 법이 없다는 페이지를 읽으며, 산타클로스가 진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꼬마 시절 읽었던 이 책을, 30년이 지난 지금 아이와 읽으며 이렇게 행복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와 꾸미는 트리, 아이와 부르는 캐럴- 뭐하나 좋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거기에 이 책을 더해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수다를 떤다면 크리스마스가 특히나 따뜻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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