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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표와 대단한 그래프 - 인포그래픽으로 만나는 수학 그림책
스튜어트 머피 지음, 테레사 벨론 그림, 정희경 옮김 / 봄나무 / 2022년 10월
평점 :

아이에게 수학을 척척 알려줄 수 있다면 너무나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99% 문과형인간, 수포자 엄마다. 영희와 철수가 달려와 만나는 시간을 계산하라고 하면, 사람이 어떻게 계속 같은 속도로 뛰냐고 물어 선생님의 속을 뒤짚던 애가 나란 말씀. 그러나 수학 중에서도 좋아하는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래프였다. 숫자를 그림으로 표현한 발상도, 그 안에 숨은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인간적'으로 순간의 기록을 축척하는 느낌.)
그래서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반갑고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아이에게도 그래프에 숨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수학에 대한 선입견이나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기에 이렇게 예쁜 그림으로도 수학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듯 했다. 일단 첫이미지부터 성공! 알록달록 귀여운 그림들만으로도 아이는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익살스러운 표정, 다양한 컬러로 아이들의 시선을 꽉 찹고 시작하는 책은 내용도 어찌나 꽉꽉 채워져있는지 어른인 내가 봐도 유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 교과 과정에서부터 등장한다는 그림그래프, 막대그래프, 원그래프, 선그래프를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는데, 그 주제가 아이들이 몹시 좋아하는 것들이기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는 깔깔 웃음을 터트린다. (누가 피자나 치킨, 트림 같은 걸로 그래프를 가르칠 생각을 했단 말인가!) 책 페이지마다 가득찬 예쁜 일러스트와 익살넘치는 주제로 이어지는 내용들로 쉴틈없이 즐기고 나면 어느새 아이는 그래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것. 혹시 아이가 어려 그래프에 대해 완전한 이해를 가지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다보면 교과서에서 그래프를 만나도 '이거 그 재미있는 표잖아!'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예쁨과 재미를 꽉꽉 담아두고도 내용은 또 어찌나 알찬지! 그래프를 작성하고 내용을 분류하는 것에 대한 기준도 매우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아이와 간단한 그래프를 직접 그려본다거나, 우리가 직접 그래프를 분석해보는 등의 활동도 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우리가 먹은 음식을 나눠보고, 우리집에 있는 신발이나 옷을 색별로 나눈 뒤, 여러 그래프로 표현해보는 등의 활동을 통해 아이는 정보에 따라 적합한 그래프가 있음을 서서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에게 선행학습을 시키는 부지런한 엄마도 못되고, 나 역시 성적이 좋았던 엄마가 아니기에 '성적 좋아지는 비법'같은 것은 모른다. 다만 재미있게 경험한 기억이 아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은 생각해본다. 지금 아이에게 다양한 것들을 재미있게 경험하게 하는 것은, 아이가 살면서 그 긍정의 힘들을 야금야금 꺼내길 바라는 마음에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도 우리아이가 훗날 그래프를 배울때 그런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주기를! 또 우리아이의 '인생그래프'중 '행복'막대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일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