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쓸모 - 개츠비에서 히스클리프까지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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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폴과 구속되지 않되 깊은 관계를 원한다. 그가 편할 때 전화 걸고, 그녀의 집에 드나들며, 약속을 변경하며 독신의 자유를 마음껏 누린다. 그녀만 사랑한다고 확신하면서도 그녀가 자신에게 무엇인가 요구함을 느끼면서도, 자기가 그녀를 외롭게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다. (p.147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내게는 '취미'라는 말로 부를 말한 것이 '책'뿐인 듯하다. 너그러운 범위에서는 몇 개쯤은 더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취미의 정의, '애정과 책임감을 느끼고 좋아하는 활동'에 부합하자면 책뿐인듯하다. 다소 심심한 삶이라는 단점이 있으나, 그래도 그 덕에 나는 꽤 많은 책을 읽었고, 좋은 책을 인생의 굽이에 다시 읽으면 다른 감상을 준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사랑의 쓸모'를 읽으며 또 한 번, 나의 인생 여정에 따라 그 모든 문학이 새로운 감상과 생각을 안겨줌에 감탄했다. 개츠비의 사랑이 확고함인지 불장난인지, 오셀로의 행동이 미련함인지 씁쓸함인지 단언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때로는 그들을 이해하고, 때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그러한 까닭에서다. 작가는 “'문학은 혼자 읽고 생각해서 각자의 답을 찾아간다.'라는 말에 기대어 나는 17편의 명작으로 사랑에 대한 나름의 답과 질문을 기록했다. 소년 시절에 시를 수백 편, 청순의 산맥을 넘으며 소설과 희곡, 영화를 수십 편 썼다. 홀로 읽고 버려진 그것들과 여전히 버려지지 않는 사랑이 이 책으로 맺어졌다. (p.9)”라고 기록한다. 아마 그도 우리처럼 누군가의 문장에 내 마음을 빗대어 보고, 어떤 캐릭터에 나를 투영하며 울고 웃었을 거다. 그리고 반대로 그들의 모습에 타인을 비춰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했을 거다. 그래서 그의 문장에서 여러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잊고 살던 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당신의 지나간 사랑에 닿게 되리라는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었음을 느끼며, 한 장 한 장 읽어내렸다. 이 책이 참으로 '가을 같다' 느끼는 것은, 어쩌면 내가 이제는 인생의 여름을 지나왔기 때문일지 모르지만, 밀란 쿤데라의 문학을 이제야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 결국 인간은 자신의 고독함을 이겨내야 함을 알기 때문이지 않을까. 

 

 

사랑은 감정을 증폭시킨다. 기쁘면 우주 끝까지 기쁘고, 슬프면 하늘이 무너지게 슬프다. 특히 질투는 감정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데 이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오셀로다. 그는 귀족 가문의 아름다운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하며 절정의 행복을 맛보았으나, 불과 며칠 후 부인을 죽이고 자살한다. (p.105 '오셀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내가 다소 감정에 치우쳐 이야기하긴 했으나, 감성적인 섬세함만이 책의 장점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작가의 섬세한 문장뿐 아니라, 고전의 명문을 만날 수도 있고,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해석, 명화들도 만날 수 있다. '사랑'이라는 주제로 엮여있지만, 남자와 여자의 '불꽃 같은 사랑'뿐 아니라(물론 그것도 포함되지만) 인간 심연의 감정이나 모습까지 만나게 된다. 

 

그래서 감히, 이 책을 '문학의 깊이'와 '사랑의 농도'를 같이 맛볼 수 있는 책이라고 정리하기로 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이 책에 실린 문학들의 깊이를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했고, 사랑에 대해서도 여전히 우매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에 대한 진지함이 다 들어있어 이 가을에 완벽히 어울린다. 아! '러블리'한 표지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열었다면 이런저런 생각에 눈물을 쏟을지도 모르니 티슈 한 통 준비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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