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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스 주목할만한 책'에 선정되었으며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잇는 대작, 최재천 교수님의 특별 추천사가 수록! 이 모든 문장이 조합된 <위어드>이기에 기대감이 매우 컸다. 혹시 벽돌책이라 섣불리 표지를 열지 못한다면 부디 그 두려움을 넘어서길. 책 속에 담긴 놀라운 세상이 '두께'가 '깊이'로 변하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
<위어드>란, '서구의 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 Educated, 산업화된 Industrialized, 부유하고 Rich, 민주적인 Democratic 사회에서 자란 사람(...).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통제 지향적이고,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으며, 분석적(p.45)'인 사람들을 의미한다. 작가는 대부분의 심리학실험이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시행되었음에 그들과 '비위어드'사이의 차이를 찾다가, 이것을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생각을 펼쳐나간다. 방대한 자료와 시각에 결코 쉬운 읽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을 펼칠 수 있는지 놀라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다.
종교는 우리의 행동과 심리가 형성되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더 놓은 수준의 정치. 경제 제도의 형성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p.208)
교회의 믿음과 관행은 유럽인들의 마음과 생각과 영혼을 놓고 다른 많은 신들과 혼령, 의례, 제도 등에서 경쟁했다. (p.218)
사실 나는 날 때부터 종교를 가진 터라 오히려 깊은 고민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종교가 의사결정이나 심리, 나아가 사회의 형태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가족의 형태를 변화하게 하고, 이것이 나아가 상업혁명에 영향을 끼치게 됨을 읽으면서 그 어떠한 현상도 단독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음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전쟁은 사람들의 상호의존적 심리를 부추김으로써 도시 중심지의 시민 전체를 포함한 자발적 결사체 성원들 사이의 결속을 강화했을 것이다. 전쟁은 또한 자발적 결사체의 성원을 늘렸을 것이다. (p.431)
심리학적 발전이 전쟁을 이끌어오는 과정도 매우 흥미로웠다. 작가는 돈에 관한 생각, 노동이나 사유재산 등을 중요시하는 과정, 또 '길드'를 형성하고 집단과 집단의 결합 혹은 경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촘촘히 엮어낸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까지 매우 상세히 풀어주기에 독자도 생각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 나는 위어드가 아니지만, 위어드의 입장도 비위어드의 입장도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지식의 공적 공유를 치켜세우는 한편, 자신의 지식을 남에게 비밀로 하거나 증거를 날조하거나 다른 사람의 발상을 훔치는 이들을 제재하는 규범이 발달했다. (p.570)
책 끝에는 이들로 인해 생겨난 법률이나 과학, 집단 지성을 위한 여러 기반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분석적 사고와 내적 속성이 사회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는지, 또 그들의 독립성이나 비순응성이 '진화'를 끌어내게 된 것 등을 매우 흥미롭게 풀어간다.
물론 작가도 전쟁이나 '지배'가 원인이 된 현실적인 결과들은 강조하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그의 견해처럼 인간의 심리가 변화하고, 문화적으로 적응하여 필연적인 변화를 끌어낸다는 것은 틀림이 없음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우리가 직접 그 변화를 발견하는 눈은 갖지 못하더라도 양서를 통해 조금이라도 눈 뜰 수 있다면, 우리의 생각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서구의 독특한 심리와 문화 등이 세상을 지배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사례를, 오늘날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